OTT 전쟁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별
창밖에 바람이 세차게 불던 저녁이었다. 카페 안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휴대폰을 붙든 채 무언가에 몰입해 있었다. 옆자리 청년의 화면에 낯익은 얼굴이 스쳤다. 전지현과 강동원. 반짝이는 두 이름이 함께 나온 드라마라면 분명 시선을 잡아둘 힘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제목은 ‘북극성’. 그러나 청년의 손가락은 몇 분 만에 다른 화면으로 넘어갔다. 기대와 현실이 엇갈리는 순간을, 나는 우연히 곁눈질로 보았다.
‘북극성’은 디즈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오리지널 드라마였다. 공개 전부터 화려한 배우 조합과 정치 스릴러 장르 특유의 긴장감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첫 주 화제성은 3위로 시작했지만, 곧 다른 작품들에 밀려 순위가 내려앉았다. OTT 순위 집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고, 한국 내에서도 상위권을 지키지 못했다.
줄거리는 흥미롭다.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현장에서 벌어진 대선 후보 피격 사건, 그리고 그 배후를 파헤치려는 유엔대사와 정체불명의 특수요원. 배우들의 연기는 분명 힘이 있었고, 전개 또한 촘촘했다. 그러나 치열한 OTT 시장 속에서 ‘북극성’은 사람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지 못했다. 같은 시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연이어 흥행하며 존재감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국내 OTT 시장의 현실은 냉혹하다. 넷플릭스가 압도적이고, 티빙과 쿠팡플레이, 웨이브가 뒤따른다. 디즈니+는 여전히 작은 수치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무빙’으로 한차례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 여세를 이어갈 작품이 나오지 못했다. 이번에 기대를 모았던 ‘북극성’마저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가입자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히 드라마 한 편의 성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플랫폼의 매력을 각인시킬 대표작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꾸준히 흥행을 이어가며 자리를 굳힌 것과 달리, 디즈니+는 두 번째 성공 사례를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극성’이 가진 힘은 남아 있다. 묵직한 메시지, 배우들의 존재감, 장르 특유의 긴장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입소문이 뒤늦게 발휘된다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카페에서 본 청년의 손가락이 머문 시간은 짧았지만, 그 장면은 오래 남았다. 수많은 콘텐츠 사이에서 어떤 작품은 쉽게 잊히고, 또 어떤 작품은 느리게 타오른다. ‘북극성’이 지금은 빛을 잃은 별처럼 보일지라도, 언젠가 다시 시선을 모으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