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문

우리, 문 앞에 서다 1부

by 나그네

매일 걷던 거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멀고 무겁게 느껴진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처럼, 혹은 폭설에 파묻혀 한 걸음 떼기조차 버겁게 느껴지듯, 내 마음도 한층 더 무겁게 다가왔다.


풀냄새가 지나가고,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초여름. 계절이 변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해서일까.


수십 번, 수백 번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


"지금 가는 이 길이 과연 정답일까?"


그럼에도 결국 이 길 외엔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순간, 길이 주는 답답함조차 익숙해지면서,


그저 계속 걷는 것만이 남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이제는 그런 마음이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길을 걷고 점점 익숙해져 가는 나를 느낀다.


나는 지금 또다시 수업을 가는 길 위에 서 있다.


매미가 울기 시작한 날부터, 첫눈이 내리는 그날까지.


매일 그 길을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문 너머로 백색소음처럼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니…


사람들의 말소리였다.


문턱을 넘고, 한 걸음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갔다.


백색소음처럼 들리던 그 소리는


어느새 시장 거리의 분주한 소리처럼 변해 있었다.


그만큼 이 낯선 공간, 이 낯선 장소에


손끝이 복숭아 물 들듯 서서히 물들어간 걸까.


그렇게 나는 병아리가 닭이 되듯,


학생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어른’이라는 외관을 얻기 위한 성장의 과정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의 성장 과정을 마칠 즈음이면,


늘 쨍쩅하던 태양빛은 사라지고,


어스푸르한 하늘만이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하늘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오늘 하루도 마치 놓인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먹어치운 것처럼,


그저 그렇게 지나가버린 건 아닐까.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지나,


익숙해진 이 장소, 낯설지 않게 느껴졌던 수업.


그 수업이 어느새 마지막 날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마지막 수업이었지만,


내 마음은 마치 무거운 구름이 서서히 사라진 뒤처럼,


그 무게가 조금씩 빠져나가며,


마치 오래된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업이라기보다는, 교수님과 선생님의 말씀 속에 쌓인 시간들이 조용히 흘러간 듯했다.


아직 맞춰지지 않은 빈틈이 많은 퍼즐 같았다.


그렇지만, 그 퍼즐의 일부는 어쩌면 내가 맞추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해진 그 장소를 뒤로 하고,


다음 계단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