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 앞에 서다 2부
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무르익었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그 겨울,
익숙한 공간을 지나
다시 한번 새로운 장소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수천 개의 여정이 교차하는 거대한 이음매에 다다랐다
‘바쁘다 바쁜 현대사회’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딘가를 향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걸음을 멈춰
그 흐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용히 다시 방향을 틀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친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조용히 기다렸다.
10분쯤 지났을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친구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 순간,
이제 정말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심장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친구가 도착했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
짧지만 깊은 인사를 나누고,
친구와 함께
뒷모습을 보이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에는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표정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돌아가기 위해,
누군가는 나아가기 위해,
그리고 어떤 이는 스스로도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처럼
비행기를 기다렸다.
이건 돌아감이 아니라, 나아감이었다.
시간이 되어 탑승했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그림자 너머로
해가 아직 떠 있다는 걸 느꼈다.
하늘 위,
구름 사이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도착한 곳은
환승을 위한 중간 지점.
비행기에서 내려
핸드폰의 유심을 갈아 끼웠다.
익숙했던 번호는 사라지고,
새로운 나라의 유심이 장착됐다.
그 순간,
나는 조금 더 실감했다.
이제 나는 떠나왔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또 다른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교수님이었다.
놀라서 말문이 막혔지만,
웃으며 인사했다.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친구와 함께 환승 비행기를 탔다.
좌석에 앉으니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비행기 안의 소음은
점차 고요해졌다.
사람들의 말소리도 사라지고,
묘한 평온이 퍼졌다.
그 고요함 속에서
눈을 떴다.
창밖을 바라보니
TV나 유튜브에서만 보았던 풍경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었다.
결국, 도착했다.
기대하면서도 두려웠던 그 공간.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출구를 나섰다.
이곳은,
수도 없이 찾아본 영상 속 풍경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수많은 인종이 오가고,
매일같이 공부했던 언어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이제부터 내가 열어야 할 문.
바로 그 문 앞에,
우리는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