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무너졌고, 조용히 다시 쌓고 있다.

- 작아진 나를 끌어안는 연습

by 흰물빛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는 종이 한 장 차이




“물이 반이나 남았네?”

“물이 반밖에 없네?”


대게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긍정적 사고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이 두 문장을 빼놓을 수가 없다.


나에게 둘 중 무슨 사고를 가졌냐고 묻는다면 대체적으로 반이나 남았네?에 가깝다.


그래, 대체적으로.


긍정적 사고 방식과 부정적 사고 방식은 무 자르는 것처럼 반쪽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 상황에 의해 변화된다.


내 삶이 평화롭다면 늘 대체적으로 긍정적 사고 방식이었던 나는 그 사고를 유지하게 되지만, 고난과 역경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 사고를 유지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사람은 유약하다. 아무리 견고해도 감정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지의 인간화라도 불행이 몰아치면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라는 인간으로 도태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괜찮은 상태로 지속된다면 도파민이 생성되지 않아 지루해질 것이다.


사람은 참 단순하고, 복잡하다.




나에 행복의 우선순위는 뭘까를 종종 생각한다.



돈?

좋은 직장?

짜치지 않는 남편?

좋은 집?

좋은 차?


가진다고 나쁜 것은 여기에서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없다고 행복하지 않을까?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돈이 없다고 불행할 수는 있지.

하지만 좋은 가족이 옆에서 함께 힘을 넣어 주고 있다면 순간은 행복하니까 또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권투 게임의 트로피로 치면 아슬아슬하게 이긴 우승 금메달 정도 되는 인생을 살았다.

허울 좋은 인생이라는 것이다.


이겼으니 박수도 받고 분명 자랑하기 좋다.

그런데 링 위에서 허점 들켜서 잠깐 두들겨 맞은 것은 나는 안다.

그 부분을 보완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

하지만 웃으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감사합니다 한다.


사람들 모였을 때는 말하겠지. 금메달 축하한다!

그런데 다 집에 가고 혼자 남으면 허점 보완하고 다음 게임 전략 짜야 된다는 것이다.


분명 금메달은 행복이다.

불안감은 행복일까?


아니면 내가 걱정이 많아 늘 행복에 이중성이 따라서 오는 걸까.


이겼으면 된 사람도 있겠지.

그런데 나는 다음 게임도 이기고 싶단 말이다.



백 세 시대.

기술이 더 좋아져서 백삼십 살까지도 살 수 있댄다.


그러면 나는 링 위에 몇 번을 올라가야 되는 걸까?


첫 취업을 했을 때 굉장히 공허했다.

늘 달려왔던 목표를 이루니까 뭐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더라.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자격증 따고 면접 보고 열심히 살았다.


막상 취업이 되니 이게 끝인가? 다음 스텝은? 그냥 여기에서 퇴직할 때까지 시키는 것만 하면 되나?

어리석었다.

연차가 쌓이면 승진을 받고 평가를 한다.


계속 링 위에 오른다.


내가 보완하지 못한 허점이 있다면 늘 그게 게임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게임이 끝나면 안도했다가 다시 링 위에 오를 시점이 되면 나는 천하의 나쁜 사람이 된다.

왜 진작 안 했을까.

영어공부 좀 하지.

자기 계발 좀 하지.

학벌이 남들보다 후달리면 다른 강점을 찾지.


막상 게임이 끝나면 또 고요하다.


이번만 버티자.

이번만 버티자.

다음에는 꼭 잘해야지.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더라.

잔잔한 물결이 파도가 됐다.

감정이 휘몰아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지?


갑자기 종이 한 장 차이로 링 위에서 기권을 선언한다.


쫄아서 퇴장이 아니다.


권투 말고, 이제 칼 들고 펜싱 하련다.

장비 잘 갖춰서 입고 새로운 링 위에 올라가련다.



소리 지르면서 ”나 기권 하고 다른 거 할 거야! 자식들아!“ 하고 싶지만 조용히 사표를 낸다.


나는 아니까.


황무지에 떨어져도 상황이 그런 거지 원래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걸 나는 아니까.


작아진 게 내가 작아진 게 아니라 상황이 커져서 상대적으로 내가 작아진 거니까.




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라서.


남들에게 이야기해도 100% 공감하고 내 마음 이해해 주는 거 진짜 나 하나라서.





오늘도 작아진 나를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내가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