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소소한 인생의 낙이 아침마다 동네 빵집에 가는 것이다. 자기 전에 내일은 무슨 빵 사서 커피랑 마셔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다음날이 기대되게 된다. 처음에는 빵과 커피가 주는 맛의 조합이 좋아서 기대되었는데, 최근에는 기대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빵집 직원분이랑 조금 친해졌다. 갈 때마다 스몰톡을 조금씩 하는데 이게 은근 하루를 살아가는데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처음 인식된 건, 처음 빵집에 간 날 내가 들어갈 때 그분이 “폴드포크빵 방금 나왔습니다 뭐시기 저시기가 들어가서 맛있어요”라고 하시길래 그걸로 하나 주세요 해서 먹어봤는데 그 빵이 너무 맛있어서 매일매일 그 빵만 먹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보니 그분도 인식되기 시작하셨는지 내 이름을 외우셨고 (포인트적립 하다 보니), 그 이후로 갈 때마다 한 두 마디씩 하게 되었다.
인식하고 그분을 관찰해 보니 상당히 귀여우신 것 같다. 항상 두건? 같은 것을 뒷머리에 쓰고 계신데 그것도 귀엽고, 빵집 여우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유니폼으로 입고 계신데 그것도 귀여운 외모랑 같이 잘 어울리신다. 웃는 모습도 귀여우시고 또 귀염귀염한 분위기인 와중에 은근 키도 커서 반전 매력도 있으시다. 내가 들어가면 경상도 톤으로 “어 안녕하세요?” 해주시는데 경상도 특유의 억센톤이긴 한데 왠지 모르게 정감이 느껴진다. 또 아침 일찍부터 일하시는 모습 보면서 생활력 강해 보여서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스몰톡하는 정도로 지내다가 한주는 그분이 안 나오셨었다. 추석 때 가게가 쉬었고, 추석 끝난 지 얼마 안 된지라 혹시 휴가가 아니고 아예 관두신 거면 어쩌지? 란 생각이 들면서, 그 주에 아침에 충전이 안되니 삶이 드라이 해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은근히 많이 의지하고, 인식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다행히 그분은 다음 주에 돌아오셨고, 나를 보시자 “오랜만입니다 저 휴가 갔다 왔어요 ㅎㅎ” 하고 말을 걸어주셨었다.
그분에 대한 마음이 생각보다 크다는 (너무 크진 않지만 암튼) 알게 된 후에 그래도 빵집 직원분으로 인식하는 것보단 이름으로 인식하고 싶어서 용기 내서 이름도 물어보았다. 좀 오버하는 건가 이상한 건가 싶다가도 뭐 그래도 이름 정도는 알 수 있지 않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제 이름요?” 하면서 약간 당황하시는 것 같더니 알려주셨다 (편의상 토끼씨라고 지칭하겠다, 토끼 닮으심). 끝나고 생각해 보니 내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가게의 사장님들과 마주치고 몇몇 분들은 나를 인식하고 그랬는데 한 번도 그분들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생각나 역시 오버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도 이제는 자기 전에 내일도 빵집 가서 그 직원분이랑 이야기해야지 ㅎㅎ 에서 내일도 빵집 가서 토끼씨랑 이야기해야지로 더 상상이 구체성을 띄게 되었다.
이분과 나의 스토리는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진 모르겠다. 높은 확률로 그냥 조금 친한 손님-직원 관계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요즘 같은 빨리 만나고 빨리 헤어지는 대 도파민 시대에 하루에 2분씩 가까워지는 관계라 생각하니 조금 낭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설령 잘 안되더라도, 나도 다른 사람을 보면서 호감이 생기고, 설렐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보아서 미래 연애의 체험판을 하게 된 것 같아서, 회복이 어느 정도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은 징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