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무너지는 것만이 사랑일 때
이건 청원이 아니야
애당초, 사랑이었다는 것을 너도 인지하고 있겠지
폐허 위 균열진 틈 사이로
너의 이름을 한 번 더 호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 종말일지라도 나는 감내할 수 있어
우리, 생존을 목적으로 두지 않고
공멸마저 사랑의 방식이라 믿어볼래?
너는 의아해하겠지
왜 하필 그토록 음울한 종착점이냐고,
왜 너마저 나의 몰락으로 동반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너 없는 천상은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어
내게 필요한 건 구원이 아니라,
동일한 화마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일이야
우리 서사의 종언이 비극이라도 상관없어
너는, 내게로 귀속될 거지?
어둠이 침식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너는 나와 함께 추락해줄 거지?
지옥이라 불리는 그 열락(悅樂)의 끝으로,
나와 동행해줄 수 있지?
그러니 부디, 내 파멸의 이름이 되어줘
나는 이 불완전한 연서의 끝에 너를 적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