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연서(戀書)

함께 무너지는 것만이 사랑일 때

by aa

이건 청원이 아니야

애당초, 사랑이었다는 것을 너도 인지하고 있겠지


폐허 위 균열진 틈 사이로

너의 이름을 한 번 더 호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 종말일지라도 나는 감내할 수 있어


우리, 생존을 목적으로 두지 않고

공멸마저 사랑의 방식이라 믿어볼래?


너는 의아해하겠지

왜 하필 그토록 음울한 종착점이냐고,

왜 너마저 나의 몰락으로 동반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너 없는 천상은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어

내게 필요한 건 구원이 아니라,

동일한 화마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일이야


우리 서사의 종언이 비극이라도 상관없어

너는, 내게로 귀속될 거지?


어둠이 침식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너는 나와 함께 추락해줄 거지?


지옥이라 불리는 그 열락(悅樂)의 끝으로,

나와 동행해줄 수 있지?


그러니 부디, 내 파멸의 이름이 되어줘

나는 이 불완전한 연서의 끝에 너를 적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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