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만 남았잖아, 우리.
너 하나를 잊지 못해
나는 매일 새벽을 가늠해.
물의 시간도, 바람의 시간도 지나 결국 남는 건 불,
타오르며 스스로를 소멸시키는 이 정적뿐.
기억은 재가 되지 않는대.
그래서, 모든 기억은 불씨로 남아
너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생각만 해도
폐 속 깊이 어딘가에서, 지독한 열기가 내 숨을 막아.
나는 살아 있는 불이 될래.
누구도 만지지 못할 고온으로
스스로를 태우며 너를 기다릴게.
이건, 그리움이 아니라 형벌이려나?
그럼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숙명이려나.
사랑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란 걸
너의 마지막 뒷모습이 가르쳐줬어.
나는 그 가르침에 평생을 무릎 꿇은 채,
순례하듯 하루를 걷고 있어.
너를 기다리는 건 잔잔한 기다림이 아니야.
그건 오히려 너를 소환하려는 화형식이라고 할게.
잊히지 않기 위해서 나는 매일, 나 자신을 태우고 있어.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 나는 나를 끝내지 못했어
그래서 오늘도 또다시 나라는 등불에 불을 붙일게
언젠가, 너라는 어둠이 다시 길을 잃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