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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Drown Without Water

물 없이도 익사하는 법

by aa

물 없이도 익사한다는 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매일 조금씩 가라앉는 일이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심장부터 젖어들고 숨은 그대로인데,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들이켜진 감정이

폐보다 깊은 곳까지 차오르거든


바다는 없는데,

그리움은 언제나 물결의 형태를 하고 있더라


누군가는 내가 평온해 보인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내가 이젠 괜찮을 거라 믿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날의 무게로

내면의 수심을 재고 있었어


그 깊이는 아무도 몰라 심지어 나조차도,

얼마나 더 잠길 수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어


그러다 어느 밤

내 안의 물결이 문득 너를 닮아 출렁이게 되면,

그 순간 나는 또

물도 없는 이 방 한가운데서 익사하고 있었지


사람들이 묻더라 물이 없는데 어떻게 익사하냐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어

왜냐면 그들은 몰라.

슬픔이 쌓이면 언젠가 사람도 잠긴다는 걸.



To Drown Without Water.

이건 아마,

누구에게도 발화되지 못한 슬픔이

가장 조용하게 죽는 방식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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