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를 청에는 잔향이 남아

by aa


초록이 짙어진 새벽이면,

어김없이 여름 냄새가 떠올라요.


당신이 떠난 이후로도

달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히 떠 있었고
벌레 울음은 너무 선명해서,

내 마음도 들킬까 두려웠어요

나는 말하지 않고, 당신도 묻지 않았으니
우린 아무 일 없었던 사람들처럼

서로의 밤을 지나왔겠죠

햇살이 부서지고 그 조각들 위로

새벽이 내려앉을 때면,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도

당신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우리의 푸를 청에는 여름 잔향이 남아 있겠지요
지나갔지만, 사라지지 않은 채로 조용히 숨을 고르는 새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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