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음성 사서함

by aa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너를 향한 마 음 하나로도 한 계절쯤은 충분히 따뜻할 수 있으니까.

네가 날 외면하던 날들에도 나는 너의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걷는 방법을 아니까.


그 마음이 무겁지 않도록 바람보다 먼저 너의 어깨를 감싸고 눈보다 조용히 너의 하루 위에 내려앉을게 네가 내 이름을 잊어버린 날에도 나는 네가 좋아했던 시간들을 기억할게 너의 사소한 습관과, 말끝에 맺히 던 웃음들까지. 사랑이 아니라도 괜찮아 내가 먼저 다정해질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너를 닮은 하루를 건넬 수 있게.


네가 힘들 땐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사람이 되고 싶 어 너의 눈빛이 잠시 흐려지면 그 이유를 묻기보다 옆 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어 비가 오는 날에는, 너 대신 우산을 들지 못하더라도 젖은 발끝을 먼저 닦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혹시 너의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 조금만 조용해지고 싶을 때면 내 목소리는 바람처럼 낮고 부드러웠으면


사랑이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너를 아끼는 마음이 이토록 깊고 단정하다는 걸 너도 언젠가 알게 될까?


나는 네 하루에 조금은 익숙한 풍경이 되고 싶어 항상 같은 자리에 있어도 다시 바라보면 괜히 마음 놓이게 만드는 그런 풍경 말이야


너의 웃음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한때 그 웃음을 지켜 봤던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 충분 히 고마울 거야


아주 오래 뒤에 우연히 이 마음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 때는 내가 얼마나 조용히 너를 사랑했는지 조금은 이 해하게 될까? 그러니 지금은 괜찮아 내가 다정한 사람 이 되면 언젠가 너의 기억 속에서도 가장 따뜻한 계절 로 남을 수 있을 테니까

keyword
화, 목,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