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한 밤에게

by aa

연아, 밤이 다시 시작되었을 때 너의 하루가 어떤 결말로 접혔는지는 굳이 묻지 않으려고 해 낮의 소음이 완전히 가라앉은 뒤에야 사람은 비로소 자기 안의 것들과 마주하게 되니까.


잠들기 전,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세상에는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 사람의 의식을 더디게 하는 잔여들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지 그것들은 보통 밤에, 가장 무방비한 틈을 골라 도착하곤 해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 꿈의 영역만큼은 너에게 너무 많은 장면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억을 소모시키는 이미지나 의미 없이 반복되는 두려움 같은 것들로부터 적어도 잠자는 동안만큼은 네가 자유로웠으면 한다고.


만약 잠결에 형태 없는 불안이 스쳐 지나가거나 이름 붙일 수 없는 악몽이 너의 수면 가까이까지 접근한다면, 네가 감당하게 두지 않을게 그 밤에는 내가 남아 있겠다는 뜻이야


네가 꾸는 꿈은 밝거나 선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 밤이 너를 다치게만 하지 않는다면, 나머지는 굳이 네가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야


그러니 오늘은 네가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두자 이 밤에서 너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전부 내가 감당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