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과 과학의 경계에서
"어젯밤 돼지꿈을 꿨는데, 로또 한 장 사야겠지?" 한국에서는 이런 대화가 흔하다. 꿈속에서 돼지를 보면 재물운이 들어온다고 믿는다. 반대로 이빨이 빠지는 꿈은 불길한 징조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은 키가 크는 징조로 해석되기도 한다. 우리는 왜 꿈에 의미를 부여할까? 꿈은 정말 미래를 예측하는 신비한 힘을 가졌을까? 꿈은 과학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꿈을 알기 위해선 수면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수면은 크게 램(REM) 수면과 비램(NREM) 수면으로 나뉘며, 총 4단계로 구성된다. 1~3단계는 비램수면, 4단계가 램수면으로 구분된다.
1단계는 입면 기이다. 5~10분간 짧게 지속되는 단계이고, 잠들기 직전의 상태로, 쉽게 깨어날 수 있는 상태이다. 이 단계에서는 뇌파가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한다. 2단계는 얕은 수면이다. 전체수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심박수와 체온이 떨어지고, 근육이 이완된다. 뇌의 활동이 감소하고, 수면방추파라는 특정 뇌파가 발생한다. 이 뇌파는 숙면을 돕고, 기억형성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고, 낮동안의 기억을 정리하게 된다. 3단계는 깊은 수면이다. 가장 깊은 수면단계이며 신체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근육과 조직이 재생되고,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깨어나면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4단계는 REM수면이다. REM은 Ra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안구가 빠르게 운동을 한다. 이때 뇌 활동이 깨어있을 때와 비슷하게 활발하고, 심박수와 호흡이 불규칙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꿈이 이 단계에서 발동한다. 그리고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꿈속 움직임을 실제로 따라 하지 않도록 한다.
이 1~4단계를 수면의 한 사이클로 칭하고, 수면주기는 약 90~110분 간격으로 반복되며, 한밤동안 4~6회 반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각 주기에서 렘수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며, 밤이 깊어질수록 더 긴 꿈을 꾸게 된다. 가령, 처음 몇 번의 렘수면에서는 5~10분의 꿈을 꾸지만, 새벽에 가까워질수로 꿈이 20~40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일 여러 개의 꿈을 꾸지만, 내가 오늘 꿈을 꾸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은 단지 일어나서 기억을 하느냐 못하냐의 차이이다. 실제로 꿈을 깨자마자 기록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꿈은 5분 내에 50% 이상, 10분 내에 90% 이상의 기억이 사라진다. 이는 뇌가 꿈을 혈실과 구별하고 불필요한 정보를 버리는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강렬한 감정을 동반하는 꿈, 가령 악몽등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해마에서 더 잘 저장될 수 있다.
심리학적 그리고 뇌과학적인 관점에 꿈은 기억정리와 감정처리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꿈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뇌가 정보를 정리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이다. 낮동안 받은 수많은 정보를 걸러내고 필요한 기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시험을 앞둔 학생이 꿈속에서 공부하는 장면을 경험하는 것은 뇌가 중요한 정보를 저장하는 과정일 수 있다. 또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악몽을 꾸는 이유도 감정을 해소하려는 무의식적 반응과 관련이 있다.
인류는 아직까지도 현대의 기술로도 꿈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만큼 매우 심오하고 연구하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꿈에 각종 미신이 붙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너무나 어려운 토픽이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명확한 대답을 낼 수 없기에 "악몽은 신의 벌이다", "어떤 꿈은 어떤 상황을 야기한다" 등의 근거 없는 이야기가 붙은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가위눌림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학생시절 입시공부할 때, 그리고 군대에서 자주 가위에 눌리곤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굉장히 불쾌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흔히들 피곤하거나 기운이 허할 때 가위에 눌린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발생하는지 알아보자.
우선 가위눌렸다 또는 귀신이 눌렸다는 말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다. 일본어로는 가나시바리(かなしばり, 단단히 묶는다는 뜻)로 불리고, 영미권에서는 Sleep Paralysis 등으로 불린다. 이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종종 방안에 낯선 존재 또는 검정 형태의 존재가 있거나 그 존재가 몸을 누르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초자연적인 형상으로 느끼고 공포스럽게 여겨진다. 과연 그럴까?
가위눌림은 꽤나 명료하게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가위눌림은 수면마비 현상으로, 뇌와 몸의 각성 과정이 비동기적으로 작동하며 발생한다. 앞서 서술했듯, 렘수면 중에는 몸이 마비되는데, 불을 끄지 않고 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인해 의식은 깨어났지만 근육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환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불안과 공포가 증폭되면서 더욱 현실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검은 물체'가 있다고 착각을 하게 되며, 그것이 귀신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다. 또한 심리적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위눌림이 이런 과학적 현상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가위에도 잘 안 눌리게 되었지만, 눌려도 '귀신'이나 어떤 형태가 보이거나 한 적은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수면부족,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이 가위눌림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정리하자면 꿈은 단순히 무의식의 산물이 아닌, 우리의 감정과 경험을 반영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꿈을 신비로운 예언이나 신탁 등으로 여겨왔지만 이는 꿈에 관해 명확한 과학적 증거를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은 꿈이 기억과 감정을 처리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꿈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여전히 신비롭고 개인적인 경험으로 남아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한 뇌의 신호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내면의 메시지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단순한 수면의 부산물일까, 아니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무의식의 목소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