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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학교를 꼭 다녀야만 했을까?

의무교육의 본질

by 제이쌤

"학교는 왜 꼭 가야 해요?" 아이들이 종종 묻는 질문이고 나도 초등학생 때 많이 생각해 본 질문이다. 그리고 이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초중고 의무교육이니까?"정도가 보통 많이 하는 대답이다. 학교를 왜 가야 하는지는 단순한 호기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질문은 교육이라는 제도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우리는 의무교육이기에 너무도 당연하게 학교에 다니고, 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의무'라는 단어는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아무 감정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의무교육은 어떤 배경에서 생겨났으며 어떤 가치를 품고 있는지 알아보자.


의무교육의 시작


의무교육의 시작은 산업혁명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계의 발달은 노동의 양상을 바꾸었고, 문해력과 기초적인 산술 능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때문에 이에 맞추어 교육은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로 변화해 가기 시작한다. 국가 주도 교육제도는 단지 사람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작동한다. 그리고, 일정한 수준의 지식, 언어, 도덕을 공유한 사람들만이 하나의 공동체로 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의무교육의 기반이 된다.


학교의 기능: 배움, 관계, 보호


의무교육이 진행되는 학교라는 장소는 물론 학생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평소 생각지 못한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사회를 배운다. 국영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법이다. 줄을 서는 법, 내 차례를 기다리는 법, 의견충돌이 있을 때 대응하는 방법, 책임이 무엇인지 배우고 책임감을 기르는 법 등 사회적 약속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배경의 아이들이 같은 책상에 앉아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공동체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또래 속에서 자라면서 친구와 갈등하고 화해하며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이러한 경험들이 살아가면서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고, 또는 파괴되는지를 배우게 된다. 자연스럽게 감정을 연습하며 성장하게 된다. 또한 배움의 과정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넘어서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한 사람의 정체성이 드러나는데, 내가 어떤 사람이랑 잘 맞는지, 어떤 과목에 흥미를 느끼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지 등 자신의 모습이 점점 윤곽을 갖추고, 사회 속에서 나의 위치를 탐색하게 된다. 이는 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나와 나의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직업 선택이나 인간관계의 방식, 자존감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보호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갖은 위험이 있는 도시 속에서, 부모님이 직장에 가 아이들이 혼자 남아있는 시간 동안 정기적인 식사, 따듯한 교실, 케어를 해주고 관심을 주는 어른이 있는 학교는 학생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만약 10대 때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밥은 어떻게 먹고,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정말 막막하다.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부분이지만 10대인 학생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의 역할을 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아주 다행인 일이다.




배움은 권리이다. 그리고 그 권리가 사회가 보장하는 방식이 의무교육이다. 의무라는 단어는 우리를 구속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자는 약속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누군가가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던지면 "대한민국은 초중고 의무교육이니까?"라는 대답을 넘어서는 멋진 대답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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