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그 이후의 교육
한국에서의 최고대학은 명실상부 서울대학교이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모여있는 미국은 어떨까? MIT 또는 하버드, 예일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언급되곤 하지만 US news 기준 최고의 대학은 프린스턴 대학이다. 프린스턴 대학은 특이하게도 의과대학도, 로스쿨도, 경영대학원도 없다. 이는 놀라운 일이다. 전 세계 명문 대학들은 이런 전문 대학원이 교육 시스템의 꽃처럼 여겨지는데, 미국 최고의 대학이 그런 핵심 분야를 아예 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의아하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대학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프린스턴 대학은 박사 및 석사 과정을 운영하며 활발한 영구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프린스턴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단연 학부교육이다. 프린스턴에서는 모든 학부 졸업생이 독립적인 졸업논물을 써야 하며, 교수들은 학부생과 직접 연구하고 가르친다. 이곳의 교육은 단지 '지식 전달'에 머무르지 않는다. 비판적 사고, 철학점 탐구, 글쓰기, 그리고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데 집중한다. 프린스턴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우리는 어떤 직업인을 키우기보다, 어떤 인간을 길러야 하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반면 한국의 교육 현실은 어떨까.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 교육의 최종 목표를 좋은 대학 입학으로 설정한다. 대학은 일종의 목적지이고, 그 이후는 아이 스스로가 알아서 헤쳐 나가야 할 영역이다. 이 구조 안에서 아이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된다. 입시 성공이라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 수많은 정보가 수집되고, 관리와 통제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아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지는 자주 생략된다. 한국 교육은 마치 대학 입학이 끝이면 교육도 같이 끝나는 듯하다.
프린스턴이 전문대학원 없이도 미국 최고의 대학으로 뽑히는 이유는 무었을까? 그 이유는 단순히 졸업생의 커리어나 교수진의 명성 때문이 아니다. 교육을 바라보는 철학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간의 성장은 질문에서 비롯되고, 좋은 교육은 더 나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당신의 아이는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우리는 아이의 대학 선택보다, 대학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 지금 우리 교육 현실을 다시 바라보면, 우리는 아이를 어디에 보낼지를 고민하면서 정작 어떻게 성장할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성공하는 삶을 꿈꾸며 뛰는 동안, 스스로 사고하고 질문하는 삶의 토대는 점점 얇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프린스턴은 여전히 묻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인간을 길러야 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이제 우리에게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