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의 이기심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by 윤 슬

음식이 풍성한 한가위

LA갈비를 앞에 두고 냄새만 맡았다.

여러 가지 전과 잡채, 얼마 전부터 먹고 싶었던 엄마표 매운 꽃게무침 좋아하는 나물들..

내 입에 넣을 수 있고 위가 그나마 받아주는 건 흰 죽뿐...

친정에 가면서 " 엄마 나, 위가 또 뒤집어졌어 흰 죽 좀 끓여줘" "아니 속이 왜 또 뒤집어졌대, " 우물쭈물하며 "스트레스받은 일이 있었어"

전날밤 잠을 못 자고 끙끙 거리며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생각의 꼬리물기,

참 양심도 없고 이기적이고 생각 없이 뱉어내는 그 말에 남편도 나도 욱 해버리고 말았다.

재혼하자마자,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제사와 추석, 설날의 차례상을 6년 반동안 혼자서 차려냈었다. 2년 전부터 이제 제사도 그만두고 명절 때도 간단히 먹자고 남편과. 시아버지께서 얘기했을 때, 드디어 명절, 제사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 기뻤다.

1남1녀 남편에겐 누나가 한 명 있고,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형님이라고 깍듯이 불러드렸다.

형님은 아버님께 아픈 손가락이었고. 남편은 어릴 때부터 누나에게 가려져 관심과 사랑을 못 받았다고 했다.

속사정을 잘 모르던 나는 형제가 둘 뿐이니 잘 지내라고, 얘길 했었다. 시누이는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해봤다 했고 친구도 없다 했다. 그런 시누도 내겐 측은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10년쯤 지내보니 남편이 누나에게 왜 그리 정이 없고 싫어하는지 알 것 같다.

형님은 어릴 적부터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으며 약을 계속 먹고 있다.

내가 알기론 약만 꾸준히 먹으면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버님은 "제가 뭘 하겠냐 아무것도 못한다"하며 가만히 있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시댁에 가면 부엌일은 늘 내 몫이었고 내 눈치가 보이는지 남편이 설거지는 해주곤 했다. 형님은 안방에 떡하니 누워 자다 일어나 해 놓은 음식을 맛있다고 먹고 싸가기만 했다.

이번 추석전날 사태와 스지로 보양탕, 무생채를 , 만들어 갔고 남편과 아버님은 반주와 점심을 맛있게 드셨고, 커피를 사러 나간 순간 남편핸드폰에 형님번호가 떴고. 간단한 인사 후 나를 바꾸라 해서 전화를 건네받았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아버지집에서 음식 좀 하지 우리 식구들도 먹게 전도 좀 붙이고 잡채도하고 고기도 볶고, 우리 집식구들이 가도 먹을 게 없잖아" 순간 울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럼 형님이 하세요" "아니. 그걸 내가 왜 해? 며느리가 해야지" "형님은 딸 아니에요!" 나의 높아진 언성에 남편은 전화기를 뺏었고 누나와의 언쟁이 시작됐다.

재혼하기 전부터, 시댁대소사를 시어머니 칠순, 아버님칠순을 직접 예약하고 초대카드 떡케이크 등을 내가 다 알아보고 준비했고, 생신날 식당 예약도 내가 다 준비했었다. 시댁에 갈 때엔 음식을 직접 해가던지, 머라도 대접해드리려 했다.

하루걸려 만든 사태.스지전골
아버님께 직접 만들어 드린 음식들중 일부
혼자차려낸 차례상.제사상 20번

남편은 아버님께 "누나한테 대체 무슨 얘길 했기에 저런 얘길 하는 건데, 이 사람이 그동안 다 꾸리고 했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누나가 그런 얘길 할 수도 있는 거지!"아버님은 또 누나 편을 들었고, 늘 누나를 끼고도는 아버님의 언사에 더 화가 난 남편은"그렇게 애틋한 딸내미만 끼고 살아보세요"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니 누나 내일. 모레 죽게 생겼다"

"아버님 형님 죽는 병 아니에요!"

"이 사람이 아버님께 평생 서운했다잖아요"

"쓸 때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저도 가볼게요 하고 나와버렸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형님은 딸 둘, 사위에 손주 둘 까지 있는데 그 식구들 먹을 게 없다며 내게 음식 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얘길 하다니, 본인은 딸인데 자기가 왜 하냐고 말하다니...

어찌 저렇게 이기적인 발언을 하는 건지, 그동안 내가 시댁에 해왔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건 같았다.


자식이 아프면, 아픈 자식에게 더 신경을 쓰고 많은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만, 다른 자식은 사는 내내 아픈 자식에 가려져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입기 마련인 거 같다.

남편은 그래서인지 무언가 결핍되어 있는 것 같다. 나와 남동생이 다정하게 통화라도 하면, 누나가 저렇게 동생을 챙기는 게. 부럽다고 시샘을 낸다.


아들딸, 며느리사위, 모두 어느 집. 귀한 자식들이다. 명절 때마다 일어나는 이런 분쟁들 모두 이기적인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본인들은 생전 하지도 않으면서. 한다고 하는 사람들 모함은 하지 말길..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

10년 만의 반항, 나도 꿈틀 할 줄 안답니다.

그날 뒤집어진 위가 약을 먹고 있는데 5일째 아프다.

모나지 않게 둥글게 둥글게 살고 싶습니다.

일부 모난 세상사람들이 호의가 권리인 줄 알고 살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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