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 도착한 첫 날, 숙소를 찾아 헤매는 긴장은 나의 세포를 일깨운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계단 한 구석에 털썩 앉아 에라 모르겠다, 하는 순간 정말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연히 마주한, 나에게만 특별하게 느껴지는 특별하지 않은 풍경들을 사랑한다. 순간순간 그들과의 눈맞춤이 정말 좋다. 가이드를 동반한 안전하고 쾌적한 관광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간다. 예쁜 옷이나 근사한 식사를 포기한 돈들을 모아모아서.
코로나로 여행을 떠나지 못한지 삼 년 째다.
(나의 경제적 문제나 상황 때문이 아니다. 모든 것은 코로나 때문이라 하자.)
여행지의 길거리 음식과 시장을 좋아하는 나는 음식 향수병에 걸렸다. 물론 이태원에 가면 전세계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다지만, 나는 변두리에 사는, 코로나무서워 사람이라 그럴 수는 없다. 선택지는 하나, 직접 해 먹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외국의 소스나 재료들이 다양하게 들어와 있으니.
내가 만드는 반죽은 믿을 수 없으므로 이미 만들어진 냉동 크레페를 팬에 올리고 바나나를 숭덩숭덩, 예쁘게 접어서 초코시럽을 뿌리니 근사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거기에 커피까지 더하니 너무나 훌륭한 브런치! 게다가 돈도 얼마 안들다니. 이런걸 왜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 사먹는지 모르겠다니까. 잘했다, 십 분 전의 나.
천천히 크레페를 즐기고 나서 그릇을 정리해 개수대로 가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사람들이 왜 돈을 주고 음식을 사 먹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