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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있을 때 싸워보자

엄마 아닌 '나'의 여행 #4

by 숨 쉬는 돌


크로아티아 정보는 없는 크로아티아 여행기




대부분의 여행 계획은 내가 세운다. 여러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그 시간은 미리 그 나라를 들락거리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 내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남편에게 부탁한 것은 딱 한 가지, 차 렌트하기였다. 배에서 내리는 시간은 오후 3시였고 바로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로 해서 시간이 넉넉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람, 분명 렌트를 예약한 것도 아니고 대책도 없는 것 같은데 배에서 두 시간 내내 꿀잠을 주무신다. 내가 좀 알아볼까 하다가 왠지 얄미운 마음에 나도 모르는 척 눈을 감았다.


하선해서 짐과 함께 덜렁 거리에 서 있는 우리들. 나는 남편을, 남편은 나를 쳐다본다. '여태까지 알아서 잘했잖아. 계속해 봐.' '렌트는 당신한테 부탁했잖아. 딱 하나 부탁했는데 이럴 거야?' 침묵 속에 시간은 지나가고 무거운 마음으로 번화가의 여행자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가 렌트 가격을 문의하니 맙소사, 너무나 비싸다.


포기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감정이 폭발했다. 여행의 고단함과 뒷 일정이 꼬일 것 같은 불안한 예감, 더운 날씨가 불을 지른다. 마냥 좋아 룰루랄라 하던 여행에서 저 여자가 화를 낸다? 아이코 정신이 든 남편, 핸드폰 지도를 검색해서 작은 렌터카 회사를 찾아 전화를 걸어본다. 5시에 마감이니 일단 와보라는 답변을 듣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본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감정에 캐리어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서로 한마디 말도 없이 걸어 겨우 십 분 전에 렌터카 회사에 도착하여 가까스로 차를 빌렸다. 처음 항구 앞에서 문의한 것의 4분의 1 가격이었다.

안녕, 잘 부탁해. 부디 우리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렴.




차에 짐을 싣고 나니 갑자기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며칠간 잠들어있던 남편의 운전 세포와 길 찾기 세포를 깨워야 했다. 얼른 머리를 굴려 일단 가장 가까운 마트에 주차를 하고 정신을 차린 후 차도 살펴보고 장도 보기로 했다. 아직까지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분한 마음이 남아있지만 쇼핑 카트를 채우다 보니 좀 나아지는 듯도 했다.


우리의 새로운 목적지는 크로아티아의 중부에 위치한 플리트비체다.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작은 폭포들과 에메랄드 빛의 호수들. 우리가 가려는 숙소는 작은 마을이므로 장을 두둑이 봐서 트렁크를 채운 후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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