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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그 곳

엄마 아닌 '나'의 여행 #6

by 숨 쉬는 돌



크로아티아 정보는 없는 크로아티아 여행기




낮에는 당장 버리고 갈까 싶었던 얄미운 남편이 세상 이렇게 든든하고 고마울 수 없다. 여기에서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겠지. 남편의 놀림을 받으며 맛있게 저녁을 먹고는 샤워를 하러 가려는데 이미 겁을 먹은 나에게는 방과 거리가 좀 떨어져 있는 욕실이 너무나 무섭다. 그날 남편은 내가 씻는 동안, 몇 번의 화장실 볼 일을 보는 동안 욕실 문 앞에서 보초를 서 주었다. "여보, 거기 있지? 어디 안 갔지?" 확인하는 겁쟁이 아내를 위해서.


정말 졸졸거리는 물소리에 잠이 깬 아침. 아니 사실 말하자면 잠을 잔뜩 설친 아침이었다.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건지. 물은 밤에도 졸졸거린다는 것을 말이다. 퉁퉁 부은 눈으로 아침에 다시 마주한 라스토케는 정말 예뻤다. 2층이었던 우리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1층 개울가 옆의 작은 발코니. 오늘 아침 장소는 저기다.



어제의 그 무서웠던 주방으로 다시 가보니 너무나 정감 가는 귀여운 주방일 뿐이다. 사진은 여전히 좀 무서운 느낌이지만. 어제부터 트렁크에 실려다닌 샌드위치 재료들을 꺼냈다. 오늘의 목적지가 바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다. 관리가 잘 되어있는 곳이라 드넓은 공원 내에 식당이 몇 안된다고 한다. 식당을 찾아가는 것도 일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먹을 것을 준비해 간다기에 나도 초간단 샌드위치를 준비하기로 했던 것.



식빵에 햄과 치즈, 토마토를 잘라 넣고 쨈을 바른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자니 어느새 주인아주머니와 친구분이 식탁에 앉아 계셨다. 눈인사를 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두 분이서 대화도 없이 나를 쳐다보고 계신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말도 안 통하니 그저 웃을 뿐.


그분들은 무표정으로 나를 구경하듯 뚫어져라 쳐다보신다. 민망함에 나만 한 번 웃고 두 번 웃고. 더 이상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아 서둘러 주방을 정리했다. 샌드위치 하나를 아주머니 손에 쥐어드려도 별말씀 없으셔서 마지막으로 활짝 웃어드리고 체크아웃을 했다. 나에게만 기묘하고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았던 라스토케의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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