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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쉬는 돌 Dec 05. 2022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학원 결정하기



10월 중순, 강남의 한 유학원을 찾았다.

유학원 직원은 난감해하며,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고 했다. 대부분 겨울 어학연수는 그 해 여름에 마감된다고.

우리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직원이 보여준 세 개의 어학원을 살펴보니 사진에서 농구장이 눈에 띈다. 수영장도 다른 곳에 비해 그나마 큼직했다.


이거다!!

언니와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 어학원의 장단점을 설명해준다. 커리큘럼에 대해서도, 시설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해주셨다. 유치원생처럼 고개를 끄덕이던 우리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마트가 있어요."라는 설명에 바로 오케이.

이렇게 골라도 되나 싶게, 너무 쉬운 결정이었다.

(우리 여행의 본질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아이들을 데려가려면 수업의 커리큘럼도 중요할 것이다.

1:1 수업은 몇 시간인지, 강사진은 어떤지

학원 시설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언니와 나는 이렇게 딱 세 가지만 보고 골랐다.

1.농구장 2.수영장 3.마트


시설이 더 깨끗하고 좋다는 다른 학원은 수영장이 작았다.

커리큘럼이 좋다는 또 다른 학원은 마당이 없었다.

우리에게는 공만 하나 던져주면 하루 종일 뛰어노는 남자아이들이 다섯이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잘 놀고 잘 먹고 오는 것이 먼저이다. 그런 면에서 언니는 나와 마음이 잘 맞다.

엄마들도 십여 년 만의 휴가이므로, 근처에 가까이 바람 쐬고 커피 마실 쇼핑몰이 있으니 더더욱 마음에 든다.


이것이 좋은 결정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이었고,

꼭 필요하다 생각했던 부분이 충족되었으므로 다른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하기로 했을 뿐.

우리의 목적이 공부가 아니라 느긋함이기 때문이었다.




어학원을 결정하고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설명해주니

"그대들 다운 결정"이라고 말해주어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혹시나 돈 때문에 저렴한 어학원을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닐까, 막상 가서 시설이 안 좋거나 수업의 질이 좋지 않으면 어쩌나 같은 것들이.


"여보, 걱정하지 말아요. 물론 시설 엄청 좋으면서 비싼 곳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호텔처럼 좋은 곳에서 휴양하려고 가는 건 아니야. 

두 달 머무른다고 아이들이 영어를 갑자기 잘하게 되리라는 큰 기대도 없어요. 다만 아이들이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접해보고, 더 열심히 영어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 좋겠어. 그리고 중학생이 되기 전, 친구와 함께 신나게 운동하고 수영하며 실컷 놀았으면 싶고. 사실 시설은 어른들의 문제지 아이들은 어디서든 적응 잘할 거예요. 농구장과 수영장이 있으니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고.

그리고 엄마들은 두 달 동안 밥을 안 해도 되다니! 그것만으로도 우리한테는 천국이야!"


"에휴, 그래 알았어요.

 애들은 잘 놀 것 같고... 언니랑 싸우지만 말고 돌아와."




★필리핀 세부 어학원 비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1. 학비+기숙사비+식비 - 아이 약 350만원,
                          보호자 약 280만원 (4인실, 8주 기준)
2. 비행기 예약 별도 - 제주항공, 1인 왕복 약 45만원
3. 현지 어학원 지불 금액 - 비자연장비, 등록비 등  
                          1인 약 60만원
4. 현지 생활비 - 1인 30~50만원(예상)
5. 현지 여행비 -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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