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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쉬는 돌 Jul 10. 2024

'나' 돌아보기

나란 사람



도서관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다가 <에세이 쓰는 시간>이라는 강의가 눈에 띄었다. 모집 인원은 6명, 4회 차 수업이었다. 괜한 낯가림이 있는 나는 잠시 망설였으나 '쪽팔려도 6명뿐'일 거라는  마음으로 접수를 했다. 수업은 예상외로 즐거웠다.


"일주일에 에세이 한 편씩을 써서 저에게 보내주시면 퇴고를 해서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아, 제가 해드리는 퇴고가 절대 최선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고, 개인적인 기억이나 감상이 있을 거예요. 고칠 건지 말건지 마지막 결정은 언제나 여러분들의 선택입니다. 저는 그저 다른 길을 살짝 제시해 보는 겁니다."라는 선생님의 말씀도 좋았다.




숙제를 한답시고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니 아이들이 기웃거린다.  가끔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엄마 일기 쓰니까 들여다보지 말아 줘' 했던 게 떠올랐는지 순순히 돌아서면서도 "글쓰기 숙제라니 정말 싫겠다."라며 안타까워한다. (동시에 왠지 고소하다는 표정인 건 나의 착각이겠지)


하지만 아이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나는 신이 났다. 고래보다도 더 무거운 나의 감성을 일깨워 춤추게 만들어주시는 선생님 덕분이었다. 6명이 돌아가며 낭독하는 글 안에서 아주 작은 장점도 크게 칭찬해 주셨고 '우와, 나 좀 괜찮게 쓰나 본데?' 하는 착각으로 행복한 4주를 보냈다. 퇴고해 주신 글에는 애정이 묻어났고, 부드럽지만 힘이 있는 조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4주 차 수업에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숙제로 쓴 글을 메일로 보내면서 그동안의 감사를 전했다. 아마도 아쉬움이 구구절절 묻어나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는 내가 쓴 글을 정성스레 퇴고하여 다시 보내주셨다. 그리고 메일에는 뜻밖의 내용이 더해져 있었다.

<제가 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이 있는데, 혹시 생각 있으시면 함께 해보시겠어요? 일주일에 두 시간입니다. 먼저 4주 해보시고, 계속 함께 하실지는 그때 결정하시면 되니 부담 없이 해보시면 좋겠어요.>




얼떨결에 나는 선생님과 함께하는 글쓰기 모임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첫 만남에 글을 하나 써오라고 하셔서 나의 소개가 간략하게 담긴 <읽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써갔다. 역시나 폭풍 칭찬으로 나의 기를 한껏 올려주신 선생님. "저희는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앞으로 어떤 글을 써보고 싶으세요?" 물음에 잠시 멍해있자 말씀을 더하셨다. "저는 오늘 써오신 글이 참 좋았어요. 본인에 대한 글을 좀 더 써 보시면 어떨까요?"


처음으로 선생님의 조언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를 써보라고요? 그걸 누가 궁금해해서요? 저처럼 평범하고 무난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없을 텐데요? 선생님은 제가 정말 궁금하세요?


선생님은 눈을 반짝이며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계셨다. 또다시 내 안의 자아가 춤을 추려하고 있다. 그렇게 떠밀려 두 번째 글 <노는 사람>을 썼고, <OO 하는 사람>이라는 사람시리즈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신기하게도 사람시리즈로 글을 쓰다 보니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보게 되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에 집중하게 되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더라도, 내가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어떤 글이든 '사람'이라는 제목만 붙이면 시리즈가 쌓여가니 이보다 편할 수 없다.) 그렇게 모인 글들을 여러분께도 살짝 보여드리려고 한다.




PS. 참고로 이 글에 등장한 '선생님'은 <이토록 낚시가 좋아지는 순간>을 쓰신 전명원 작가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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