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날씨가 그렇게나 무덥더니 찰나에 선선하고 서늘한 공기로 변했다. 겁 없이 창문을 다 열고 잤다가 너무 추워서 이불을 돌돌 말았다. 여름에는 덥다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는데 막상 술이 들어가면 몸이 더워져서 뜨거움의 반복이라고 술 먹었던 나를 탓했는데, 이제 나를 탓하지 않아도 되는 계절이 됐다.
가을이 왔다.
오늘 하늘의 구름이 제 모양을 뽐냈다. 흉내 내는 말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울리는 말이 없다. 구름이 하늘을 지배한 가을 하늘이 내 머리 위에 펼쳐졌다.
사실 가을이 왔다가 도로 여름이 되는 건 아닌가 살짝 두렵긴 하다. 날씨가 기상청 예보대로 되는 것이 아닌 요즘인지라 날씨 예보조차도 믿기 어려운 현실이니 말이다. 어찌 됐든 가을이 성큼 온 것은 무진장 환영한다.
맥주를 한 캔 땄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청량한 맥주와 선선한 공기가 참 조화롭다.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것도 용서해줄 수 있을 만큼 아량을 베풀 수 있을 것 같다. 무료하고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가을과 맥주가 주는 꿀맛은 놓칠 수 없다.
이 글을 보고 있는 그대, 맥주 한 캔 마시며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시길. 탄산으로도 맛볼 수 없는 맑은 청량한 공기를 느끼실 수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