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가고 있는걸까?

#1 퇴준생의 회고록을 시작하며, 운명을 점쳐보다

by 쭈프린
운명을 믿으세요?



사람들은 운세나 사주, 타로, 신점 그리고 그 외 비슷한 것들을 참 좋아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언제나 신점을 본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남의 점사 이야기를 들을 때엔 어찌나 신기한지, 당장 궁금한 것도 없으면서 뭐라도 물어보고 싶어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엔 어김없이 ‘신점 솔직 후기’ 같은 것을 검색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점사 이야기를 읽곤 한다.

그 점사가 멀거나 가까운 미래에 맞을지 틀릴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래도 재밌다.

결국 친구에게 용하다는 선녀님 번호까지 얻고 나서 재미 삼아 나도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이내 포기하곤 한다.

난 사주나 신점, 정해진 운명이라거나 오늘의 운세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엔 살면서 큰 일이나 작은 일을 앞두고는 거의 항상 점사를 봤었다.

대학 전공을 정할 때도 봤었고, 취직을 준비할 때에도 봤었고, 이직을 고민할 때에도 봤었고, 그냥 본 적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당시 점사가 어떻게 나왔는진 기억도 안나고, 맞았었는지 틀렸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하게 기억나는 거라곤 매번 점사를 볼 때마다 돈이 아까웠다는 거?


물론 신기하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긴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친구를 만나 친구의 점사 이야기를 들은 날이었다.

친구는 어디선가 소개받은 우리 또래 선녀님에게 점사를 보고 왔는데, 신내림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그렇게 용하다면서. 본인이 SUV를 사서 출고되기를 1년째 기다리는 중인데 그 선녀님이 그걸 어떻게 알고 다짜고짜 “너한테 큰 차가 보이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꼭 고사를 지내라고 했다고. 그렇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했다나.

신점이라고 하면 나이대가 지긋한, 아이라인을 관자놀이까지 그린.. 그런 무당을 생각했고, 분위기도 으스스하니 무서울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으며, 그냥 가정집 같은 곳에 가서 추리닝을 입은 우리 또래 소녀에게 신점을 보니 재밌기도 하고, 신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 당시 나는 취직을 미루고 대학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대학원생이었고, 큰 고민 없이 하루하루 일상을 즐기고 있었던 때라 딱히 궁금한 것은 없었지만 신점이라는건 타로랑은 달라서 뭔가를 질문하지 않아도 무당님이 그냥 보이는 걸 술술 말해준다고 하니 호기심으로 신점을 봐보기로 했다.


그렇게 예약일이 되어 무당집에 딱 들어갔는데, 내 얼굴을 본 선녀님의 첫마디.

“넌 궁금한 게 없는데 여기 왜 왔어?”



내 얼굴에 근심이 없었나? 아니면 정말 뭔가 볼 줄 아시는건가? 내가 궁금한 거 없이 ‘그냥’ 온 거 어떻게 알았지? 신기한 마음으로 선녀님이 쏟아내는 말들을 경청했다.

앞으로 어떤 길이 좋을지, 건강은 뭘 조심하면 좋을지 이것저것 얘기해 주시긴 했지만 이내 선녀님은 ‘네 점사 참 지루하다’라는 뉘앙스로 “너는 조상님이 뒤에서 지켜주고 계셔서 아무것도 걱정할 거 없어”로 점사를 마무리했다.

명확한 질문이 없었으니, 명확한 답변도 듣지 못한 채 점사는 끝났고, 복채로 5만원을 내고 나오면서 나는 조금.. 돈 아깝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철저하게 듣고싶은 말만 듣는 종족이고, 무당이 이것저것 말해준다 한들 좋은 말만 듣고, 안좋은 말은 흘려들을 거였단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실제로 그때 뭘 조심하라고 했는지, 뭐를 하면 좋다고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내 운명



첫 번째 회사에 들어가고 약 9개월쯤 다녔을 때, 나는 회사에 다니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이직을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그 마음은 꽤나 간절했고, 난 매일같이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기 위해 또 다시 점사를 예약했다.

이번에는 좀 더 과학적인 방법이 좋을 것 같아서 신점이 아닌 사주팔자로.

좋은 말이 나오면 그리 될거라 믿고, 안좋은 말이 나오면 역시 이런건 다 상술이고 거짓이라고 믿을 생각이었다.

무슨 말이든 빨리 듣고 싶어서 최대한 빨리 점사를 볼 수 있는 어플을 깔고, 큰 돈은 쓰기 싫어서 제일 저렴한 선생님을 찾아 전화로 사주를 봤다.


뭐가 궁금하냐고 물으시길래, 나에게 이직 운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니 선생님은 내 생년월일을 듣고는 그야말로 내가 듣고싶어할 말만 해주시기 시작했다.

다음 달에도 이직 운이 좋고, 다다음달에도 이직 운이 좋고. 그냥 앞으로 6개월 정도는 이직 운이 좋아서 몇 번 실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원하는 회사에 갈 수 있다고.

워낙 좋은 말만 해주셔서 전화를 끊으면서 기분은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또 돈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더 컸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이 이직운을 본다고 하면 그 사람은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고, 이직이라는 건 본인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면 언젠가는 될테니 사주팔자를 봐주는 입장에선 ‘이직 운이 좋다’라고 하는 쪽이 유리한 답변이라는 게 명백했다.

실제로 그 선생님의 말처럼 난 원하는 회사로 이직에 성공했지만, 결국 그날 난 어차피 믿지도 않을거면서 좋은 말을 듣기 위해 돈을 쓴 것이나 다름없었고, 앞으로는 신점이나 사주에 돈을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어차피 어디로 흘러갈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니까.


그러나 나는 이내, 사람은 운명이 정해져있고, 그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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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했던 시리즈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인스타툰 형식으로 2달간 연재했었고, 많은 분들의 공감 속에 감사하게도 누적 조회수 32만을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브런치에는 만화에 다 담지 못했던 경험과 고민, 감정들, 말풍선 밖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시리즈와 일상 만화들은 인스타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jju_purin (클릭시 인스타로 이동)

→ 이번 화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 1편, 2편의 내용을 포함합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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