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직업

#2 프리랜서가 되려고 선택한 나의 전공

by 쭈프린


어릴적 내 꿈은 푸드 칼럼니스트였다


사운정믿 3-2.PNG
사운정믿 3-3.PNG
사운정믿 3-4.PNG
사운정믿 3-5.PNG


나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예술인들을 괴롭게한다는 '애매한' 재능조차도 나한텐 없었고, 음악, 미술, 체육 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만큼도 못했다.

그래서 초중고를 지나 많은 친구들이 꿈과 재능을 쫓아갈 때 난 그냥 공부만 했다.

1등을 할 정신머리와 근성은 없었지만 공부는 곧잘 했었고, 적당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수능 잘 보고, 적당히 관심있는 분야 중에서 취업이 잘 되는 걸로 전공만 고르기만 하면 됐다.

(엄마는 항상 나에게 "넌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서 탈이야"라고 했지만, 난 '노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아. 국영수 공부 말고, 내가 잘 하는게 하나 있었다. 난 글을 잘 썼다.

나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편이라 말보다는 글이 더 편했고, 억울하거나 화나는 일, 미안한 일 등 일명 '말했어야했는데 말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을 주로 글로 풀곤 했다.

그래서 난 글을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음식에 대해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영화 '라따뚜이'를 보면, '안톤 이고'라는 이름의 음식 평론가가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이고는 식당에 들어가 도도한 표정으로 음식을 한 입 맛보고는 음식에 대한 평론을 작성해 신문에 게재한다.

난 라따뚜이를 몇 번이고 보면서 이런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훗날 교환학생 갈 나라를 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네이버에 '음식 평론가 되는 법', '푸드 칼럼니스트 되는 법'과 같은 걸 검색했지만, 뭘 전공으로 삼아야 음식 평론가가 될 수 있는지 알아낼 수는 없었다.

보통은 요리에 어느정도 정점에 오른 사람이 심사를 다니고, 평론도 할 테니 애초에 '음식 평론가가 되기 위한 전공'같은건 규정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잡지사에 들어가서 에디터가 되어볼까? 그러다보면 음식에 관련된 글을 담당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당시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잡지사 에디터는 워라밸이나 꽤 괜찮은 연봉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었기에 그냥 글 쓰는 직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정답과 오답으로 규정되는 학창시절을 보내다보니 글쓰기처럼 성적을 매기기 모호한 것을 업으로 삼는다는 게 막연하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사운정믿 3-6.PNG
사운정믿 3-7.PNG



그렇지만 나는 개발자가 되기로 했다



글 쓰는걸 좋아했지만 나는 문예창작과나 국문학과에 진학할 생각은 없었다.

두 학과는 취업이 잘 안되는 대표 학과였고, 국어 시간에 고전문학들을 배울 때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으며, 결정적으로 나는 이과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아가 강하고, 자유분방한 학생이었다.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상황인데도 난 학생이고, 선생님은 선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요상한 규칙들을 지켜야하는 학생이라는 신분이 싫었다.

그때 선생님들은 발목양말은 야해보일 수 있으니 신지 말라거나, 영하의 날씨에도 등교 시에는 패딩을 입지 말라거나, 신축성 하나 없고 땀을 흡수하지 못하는 재질로 교복을 만들어놓고는 하복 안에 면티를 입지 말라거나 하는 억지성 규칙들을 왜 만들었던걸까?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는 아침 7시 30분까지 등교해서 7시 40분부터 20분동안 영어듣기를 했어야만 했는데, 나는 아침잠도 많은 학생이었어서 그걸 굉장히 힘들어했다.

계속 하다보면 습관이 된다는데, 계속해도 계속해서 힘들뿐이었다.

이른 아침에 억지로 등교해서 꾸벅꾸벅 조느니, 조금 더 자고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정규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지만 학교는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사운정믿 3-8.PNG
사운정믿 3-9.PNG


저녁을 먹고 밤 10시까지 해야하는 야간자율학습도 싫었다.

아침 7시 30분에 등교해서 하루종일 수업듣고 밤 10시까지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갔지만, 야자시간엔 꼭 떠드는 친구들이 있어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하루종일 애들을 가둬놓은 교실의 공기는 텁텁하고 답답해서 집중이 잘 안됐다.

그래서 어느날은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서 야자를 안하고싶다고 말했는데, 돌아오는 말은 차가울 뿐이었다.

" 야. 내가 너 같은 놈들 한둘 본줄 알아? 교사생활하면서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겠다면서 야자 빼달라는 놈들 여럿 봤는데, 그 놈들 다 결국엔 성적이 떨어지고 후회했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가서 자습이나 해. "

망해도 내가 망하는건데 왜 공부도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못하게하는건지. 이해가 안가는 것 투성이었다.

선생님들은 나를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는 학생으로만 봤고, 어떤 선생님은 왜 매번 내가 좋은 성적을 받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이런 성향 탓에 나는 선생님들과 많이 부딪혔었고, 자연스럽게 회사라는 공간도 나랑 잘 맞지 않을거란 생각을 했다.

학교도 이런데 회사는 더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고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운정믿 3-10.PNG





이 글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했던 시리즈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인스타툰 형식으로 2달간 연재했었고, 많은 분들의 공감 속에 감사하게도 누적 조회수 32만을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브런치에는 만화에 다 담지 못했던 경험과 고민, 감정들, 말풍선 밖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시리즈와 일상 만화들은 인스타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jju_purin (클릭시 인스타로 이동)

→ 이번 화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 3편의 내용을 포함합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2화우리는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가고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