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인스타툰 작가로 살기

#10 나의 두 번째 퇴사 이야기 2

by 쭈프린

퇴사한 전 직장인이 이렇게 말하면 모순같겠지만, 난 내 일을 좋아했다.

직장인이 되기를 오랫동안 바래왔고, 바라던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짜릿한 일이었다.

이직한 회사는 팀 분위기도 좋았고,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을 일들을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회사 일이 재밌으면 재밌을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꿈꾸던 일을 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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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퇴근 후에 작가가 되기로 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인스타툰이었다.

글 쓰는걸 좋아하긴 했지만 사람들이 글보다는 영상이나 만화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 전문 작가처럼 글을 잘 쓸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스타툰 채널이 커지면 굿즈나 이모티콘을 출시해서 상품화를 시킬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오래 전에 그림에 손을 놓은 남편을 설득했고, 어떤 인스타툰을 그리면 좋을지 퇴근 후와 주말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고민했다.

캐릭터의 형태부터 이름, 성격, 스토리 전개 방식, 글씨 크기, 폰트 종류, 차별화 포인트까지 정해야했으니 하나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과 같았고, 글은 내가, 그림은 남편이 그리는 방식이다보니 둘의 작업 방식을 어떻게 맞춰야 효율적일지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다.


KakaoTalk_20231126_174032424.png 인스타툰 계정 초기의 작업 방식


초반에는 글, 그림 모든게 엉성하더라도 일단 올려보는 데 의의를 뒀다. 주제와 타겟을 명확히 설정하고, 수익화가 가능한 방향으로 채널을 운영해야한다는 걸 알았지만, 일단은 습작이라 생각하고 '그냥' 만들어 올렸다.

아마 '그냥'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시작을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채널을 동네 구멍가게처럼 운영하면서 일러스트 페어나 다른 인스타툰 캐릭터들을 분석하고, 우리 캐릭터를 상품화가 가능한 대중적인 디자인으로 수정해갔다. 만화의 형태도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면서 우리 브랜드에 가장 잘 맞는 디자인을 찾아갔다.


사본 -2화_표지용-01.jpg
사본 -일상툰_속상해서빵샀어-01.jpg
지금과는 많이 다른 초기 작업 결과물


물론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하고 뭔가 한다는게 쉽지는 않았다.

주 2회 업로드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평일 중 최소 2일은 퇴근 후 3시간 정도 작업을 해야했다. 토요일은 거의 하루종일 작업했다. 일요일은 다음주를 버티기 위해 쉬어야했기 때문에 나가서 노는 날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업로드 날짜야 계속 미루면 그만이었지만, 누군가는 내 만화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 루틴과 업로드 날짜를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다.


좋아하는 일에는 방법이 생기고
좋아하지 않는 일에는 변명이 생긴다고 했던가?


그렇게 이것저것 직접 해보고 나니 난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글쓰기가 아니라 창작이 내 불꽃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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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했던 시리즈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인스타툰 형식으로 2달간 연재했었고, 많은 분들의 공감 속에 감사하게도 누적 조회수 32만을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브런치에는 만화에 다 담지 못했던 경험과 고민, 감정들, 말풍선 밖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시리즈와 일상 만화들은 인스타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jju_purin (클릭시 인스타로 이동)

→ 이번 화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 10편 일부 내용을 포함합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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