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의 두 번째 퇴사 이야기 3
회사원은 회사의 수많은 일들 중 1, 2개의 일을 담당하는 '담당자'가 된다.
회사원은 그 1~2개의 일을 매년 개선하기 위해 일하며, 회사 일 중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회사원의 한 해 목표는 3일이 걸렸던 일을 2일로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거나, 매년 5번 정도 나던 오류를 4번으로 줄이는 것이 된다.
언뜻 보기엔 완벽해보이고, 굳이 더 개선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계속해서 보다보면 개선할 구석이 보인다.
그 일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루틴이 생기고 그 사이클을 몇 바퀴 돌다보면 관리자가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다들 그냥 다니는 법이 없었고, 꾸준히 배우고 노력했다.
틈틈히 업계 동향을 체크하고, 교육도 다니고, 자격증, 체력관리부터 개인적인 투자 공부까지 그야말로 모두가 갓생을 살았다.
한창 회사일도 자기계발도 열심히 해야할 시기에 나는 퇴근하고 매일같이 인스타툰 채널 운영에 매달렸으니 이대로는 회사일도, 인스타툰도 애매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조용히 퇴사를 준비하는 퇴준생이 되었다.
인스타툰 말고도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대부분은 회사일과 병행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이걸 다 포기하고 톱니바퀴만 보수하며 살 수 있는지 물어봤을 때 그건 아니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이것저것 해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는 나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에 돌아가는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도 한 몫했다. 안타깝지만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만 대책없이 퇴사하는건 조금의 용기가 필요했다.
프리랜서로 살게되면 일이 언제 끊길지 모르고, 창업을 한다면 적자가 날 수도 있었다.
고용시장이 IMF 수준이라는 기사가 매일 보였고, 내 주변 모두가 '지금'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적어도 회사에 다니면 짤릴 일은 없었고, 월급도 매달 들어올 것이며, 큰 욕심 없이 산다면 매일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나도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지금이 적기 같았다.
모든 시장엔 사이클이 있다. 내가 회사를 떠나 이것저것해보고 난 뒤엔 고용시장이 좋아져있을테니 그때 회사로 돌아가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20대때는 도전이 두려웠었다.
내가 보석이면 뭘하나, 어짜피 사람들은 내가 보석인걸 알아볼 길도 없는걸. 같은 생각을 했다.
20대의 패기라는 단어는 허상이었고, 조금이라도 길을 벗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해 확신없는 도전은 하지 않았다. 나는 왜 안된다고만 생각했던걸까? 난 뭐든 될 수 있었는데.
그런데 30대가 가까워지니 도전의 두려움보다 시간의 아까움이 더 커지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얻은 수많은 인정들로 쌓인, 해보고 안되면 어느 직장이든 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버티고 버텼는데 돌아오는건 병일까봐 걱정하는 직장인의 삶을 잠시 벗어나기로 했다.
이 글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했던 시리즈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인스타툰 형식으로 2달간 연재했었고, 많은 분들의 공감 속에 감사하게도 누적 조회수 32만을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브런치에는 만화에 다 담지 못했던 경험과 고민, 감정들, 말풍선 밖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시리즈와 일상 만화들은 인스타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jju_purin (클릭시 인스타로 이동)
→ 이번 화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 11편 내용을 포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