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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들

연재소설(4)

by 옆집사람

방혜순과 임영재의 조사는 거기에서 우선 멈춰있었다. 그 시점은 임영재의 사망이었다. 이정희 사건을 찾아다니던 임영재가 건물옥상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였고 수사 중에 그의 주머니에서 손글씨로 쓴 유서가 발견되어 자살로 종결되었다. 유서에는 단 한 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임영재의 사망 후 방혜순은 한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실종자녀를 두었다는 동질감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 같이 자식들의 동선을 찾아다니며 실낱같은 희망을 같이 품기도 하고 절망이 될 때도 위로가 되어주던 동반자의 자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도 같은 선택을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수 도 없이 많이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방혜순을 일으켜 세운 것은 그 남학생의 소식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찾아낼 수 없었던 그의 소식을 전해준 사람은 임선미의 친구였다. 그가 2년 정도 외국에 있다가 돌아와 서울 어디에 있다는 것이었다.

몇 년 동안은 아예 찾을 수 없는 그의 행적이 한 동문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는 서울 한 대학가의 원룸에 살고 있었다. 일정한 직업은 여전히 없었지만 금전적으로 궁핍해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 주위에 이야기였다. 작은 원룸에서 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정도로 그의 씀씀이는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옷이나 신발 같은 것은 명품이었고 외식을 하는 곳도 일반적인 식당이 아닌 고급이었으며 특별한 직업 없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다시 찾게 된 그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는데 여자는 꽤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이었고 부모님이 모두 사망하고 부모님의 재산을 모두 물려받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다.

그때부터 방혜순의 기록은 그를 찾아가했던 행동들의 나열이었다. 때로는 행패가 되어 경찰에 잡혀가기도 했고 탈진되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래도 얻어낸 것은 없었다.

방혜순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딸을 찾아달라는 것과 딸의 사망에 그 남학생이 있다는 것을 유서로 남겼지만 단지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2건의 실종사건과 1건의 사망사건이 있었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의심의 증거로 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방혜순과 임영재가 남긴 자료들은 폐기되기 직전이었다.

접수된 사망사건은 그즈음이었다. 사망한 사람은 45살의 보험설계사인 여성이었다.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보였지만 부검결과 누군가에 의해 교살된 후에 자살로 위장된 것이 발견되었다. 그녀에게서는 다량의 수면제성분이 검출되었다.

집안은 깨끗이 정리를 한 듯한 모습이었고 사망자의 핸드폰이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사용하던 노트북은 완전히 망가져서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찾아낸 이메일계정 역시 해킹당해 없어진 것처럼 완전히 폐쇄되어 있었다.

수사의 시작은 주위의 모든 CCTV와 블랙박스를 보며 그녀가 사망하던 시각에 그녀의 집을 방문한 사람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사망추정시간은 낮 1시에서 3시였고 그녀의 집 주변에는 CCTV가 없었으며 대낮이라 블랙박스를 확인할 만한 차량이 주차되어 있지도 않아 딱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망자는 혼자 살고 있었는데 누군가 드나드는 것을 본 사람조차 없었다. 그녀의 집은 다가구의 1층이었고 골목 안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 아니었다. 퇴근시간이 지난 저녁시간이라면 주차되어 있는 차량이 있어 블랙박스라도 확보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범인은 대낮에 치밀하게 계획하여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녀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게 했고 끈을 이용해 목을 조른 후 화장실 문고리에 그 줄을 연결하여 자살로 보이도록 꾸미고 방을 빠져나갔고 그 시간대에 집안으로 출입하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구하지 못해 수사는 난항에 빠져들고 있었다.

“ 좀 멀리 있는 CCTV라도 좀 찾아봐”

“그렇잖아도 버스종점에 있는 편의점 CCTV 따왔어요. 사건현장에선 1킬로쯤 떨어져 있지만 이거라도 한번 확인해 보려고요. 사건을 저지르기 위해 한두 번은 와 보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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