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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토크 #26. 곡성

미스터리, 2016 개봉, 대한민국, 감독: 나홍진

by 매콤불닭순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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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개봉했을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끝나고 나올 때 박수를 치며 나왔던 기억이 난다.

벌써 7년 전의 영화인데도 그 섬뜩한 마지막 엔딩 장면이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 중후반까지도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모를 그 한 가운데에서 극 중 종구(곽도원)와도 같은 극심한 내적 갈등을 함께 겪어서인지 <곡성>이라는 영화는 제목만 들어도 자동으로 '현혹되지 말라'라는 말이 같이 붙어 나온다.


여름이라 그런지 평소에 잘 보지 않던 예능마저도 <심야괴담회> 이런 것들을 찾게 된다.

뭔가 등골 서늘하게 만드는 서스펜스와 미스터리함이 끌리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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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이라는 배우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곡성에서 효진 아빠로 등장하는 종구는 현혹되기 쉬운 보통의 인간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진다. 어딘가 많이 허술하고 빈틈이 많지만 부성애가 강한 종구는 마을의 이상한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 마을에 살고 있는 외지인인 (쿠니무라 준)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악귀에 들려 빙의가 된 딸 효진이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 한 마을의 비밀과 이름 모를 일본인의 정체를 파헤치려 들며 그 와중에 월광이라는 무당을 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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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웠던 지점은 종구와 종구 동료, 그리고 동료가 데려온 어린 보좌신부 삼인방이 쿠니무라 준의 집에 무단침입했을 때 발견한 작은 골방에서의 제단의 모습이다. 그는 사실상 인간이 아닌 악마이며 죽을 사람들을 미리 사진 찍어 자기만의 재물 컬렉션을 완성하는데 이 기괴한 의식과도 같은 장면에서 영화의 절대惡은 이름 모를 이 외지인으로 이미 결정이 된다.

사실 그전부터 산속에서 벌거벗고 돌아다니며 알 수 없는 동물인지 사체인지를 뜯어먹고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 뭇 동네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한 인물도 이 외지인인걸 보면 영화의 첫 시작부터 이 범상치 않은 인물이 무슨 일을 내겠구나. 하는 마음의 준비는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미스터리 한 두 인물.

'월광' 역의 황정민과 무명의 떠돌이 여자 천우희는 도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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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떠돌이 미친 여자처럼 보이는 천우희는 처음에 사람들의 눈에 굉장히 수상쩍게 여겨진다. 죽은 사람들의 옷가지를 돌려가며 입고 나타나고, 나중에 결정적인 타이밍에 종구는 이 여자가 가지고 있던 효진이의 분홍색 핀을 보고 마음을 돌린다. 하지만 그녀는 이 마을을 지키는 일종의 수호신? 같이 여겨진다.

반대로 월광은 처음에는 마을의 외지인이 귀신이며 이 자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효진이의 빙의를 풀기 위해서는 그 귀신에게 살을 날려야 한다며 크게 굿판을 벌이는데 결국 그의 굿은 또 다른 좀비(시체가 귀신으로 변하게 된 존재)를 만들어내게 되고 영화의 뒷부분에 보면 그 또한 외지인과 같이 다른 사람의 희생을 먹이 삼아 살아가는 귀신과 같은 존재임이 드러난다.


결국 종구 가족은 효진이에 의해 모두 몰살당하고

선과 악의 양갈래에 선 힘없는 인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도무지 알 수 없는 비극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무지한 인간군상을 뜻하는 것 같다.


선과 악의 줄타기.

그 사이 어디쯤 나도 있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악이 난입하려 할 때,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버틴 자의 처참한 최후를 보여준다.
-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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