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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Jun 11. 2023

읽고쓰다 #13. 피프티 피플

통통 튀는 책표지만큼 신선한 전개방식의 소설을 읽고 싶다면 


우연히 집 근처 북카페에 갔을때 책을 처음 보게 되었다.

이 북카페에서 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 북카페 방문에서도 괜찮은 책을 건져 읽어보리라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찬찬히 책장을 둘러보았다. 

나는 이 북카페에서 주말 오전 시간을 보내는 걸 정말 좋아한다.

여유있는 주말 오전에 나 혼자 즐기는 이 여유. 너무 행복하다.


정세랑 작가의 스테디셀러인 '시선으로부터' 라는 책을 먼저 읽어볼까 생각했다가 알록달록한 책표지에 이끌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덥석 집었다. 그리고 피프티 피플이라는 제목이 왠지 끌리기도 했다. 

50명의 사람들? 

이 소설에 사람 50명이 나오나? 싶었는데 이게 웬걸?

목차가 50명의 사람들 이름으로 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실제 뒷부분 정세랑 작가의 마치는 글에는 실제 51명의 사람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체감상 50명이 훨씬 넘게 느껴진다. ) 오! 이거 신박한데?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50명의 인물에 대한 각자의 단편적인 사건과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 이들의 관계는 아주 작은 연결고리들로 이어져 있다. 이 연결의 성격이 드라마처럼 반전이 있거나 서로의 관계가 서로의 인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만큼 중대한 사이로 이루어진 50명의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재미가 배가 된 것 같다.


내 주변의 멀고 먼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과의 작은 연결성.

그리고 그들 나름의 수천가지의 삶의 이야기들.

그 사이에 피어나는 작은 관심과 걱정, 작가의 온기어린 마음들이 책 전체를 휘감고 있다. 

먼 사이지만 서로에게 느껴지는 작은 인류애가 오히려 잔잔한 감동을 준다고나 할까?


책을 읽다가 앞뒤를 다시 뒤적거리며 '이 사람 아까 저기에 나왔었는데?' 하며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지만 띄엄띄엄 책을 읽었을 때는 그 사람이 어디에 누구랑 연결되었는지 찾기가 불가능할 때도 있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쉽지 않다. 


나는 책을 골라 읽을때 처음에 등장하는 '작가의 말'부터 찬찬히 읽어보는 타입인데, 짧은 인사글에서 마저도그녀의 문장에는 뭔가 다른 힘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논리적이고 필력이 대단한 작가들은 정말 많지만 정세랑 작가님 특유의 따뜻한 매력이 문장에서부터 그 아이덴티티가 확실히 드러난다고 느껴졌다. 


사실 북카페 첫 방문에 책을 마저 다 읽지 못하고 나왔는데 뒷부분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마저 남은 부분을 읽고 싶어 두 차례나 북카페에 다시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다른 사람이 빌려 읽는지 책이 없어서 읽지 못하고 허탕만 치고 나왔다. 기다리다 못해 기어이 그 책을 구입하여 나머지 부분을 마저 읽었다.

묘하게 계속 생각 나는 독특한 마성을 지닌 책이다. 특별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다 읽어 내 책장이 고이 잠들어 있지만 어느날 문득 

내 삶이 힘들때, 누군가에게 나를 바라봐달라고 대놓고 외치고 싶지 않지만 간접적으로라도 따뜻한 온기 정도를 느끼고 싶을 때 다시 이 책을 꺼내 보게 될 것 같다. 


어느 날 피프티 피플처럼

내 주변의 인물들로 비슷한 글을 써 보면 어떨까? 

시트콤 같은 내 인생에 재미난 글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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