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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Aug 11. 2022

[겨울/당일치기] 안동 여행_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경북 안동

올해 2월의 일이었다. 겨울방학의 중턱을 넘어설 때 즈음 이대로 개학을 맞이해서는 안된다는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막연하게 어딘가로 떠나고는 싶었지만 추운 것을 굉장히 못 견뎌하는 짝꿍 탓에 먼 곳으로 가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인천 가까이에 있는 경기도나 강원도 지역을 맴돌기도 싫었다.

뭔가 인천에서 당일치기로 운전해서 갈 만한 곳 중 신선하고 새로운 곳으로 어디가 좋을까?

찾고 찾다가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간고등어 사진에 내 시선은 멈췄다.


우리 간고등어 먹으러 안동 갈까?

이게 이번 여행의 시작이었다.


사실 짝꿍은 안동을 한 번도 가지 않았었고, 나 또한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에 가족여행으로 거의 무슨 문화유적 탐방 식으로 떠났던 기억이 전부였다. 그렇게 긴급 결정된 안동 여행은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작되었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안동 첫 번째 코스는 내가 재밌게 본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인 만휴정과 고산정 둘 중 고민했는데 동선상 고산정을 먼저 갔다. 만휴정이 사실 더 예뻐 보였지만 만휴정은 가을이 훨씬 좋을 것 같고, 고산정은 차가운 겨울과도 잘 어우러지는 풍광이 나올 것 같아서였다.



결과는??

예상 적중!


일단 정말 조용한 마을에 관광객은 우리 이외에 아무도 없었고, 차가운 공기와 맑은 물, 하얀 얼음과 그 위에 부서지듯 내려앉은 찬란한 햇빛 그리고 저 뒤에 그림처럼 내려앉은 절벽과 정자. 이 모든 게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사실 고산정 말고도 안동에서 여러 곳을 갔지만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고산정의 꽁꽁 얼어붙은 내천이 녹아 갈라지면서 온 사방을 뒤흔드는 희한한 소리를 듣게 된 흔치 않은 경험이다. 뭔가 저 깊은 곳에서 괴물이 얼음을 뚫고 올라오는 것만 같은 소리였달까? (상상력 대마왕ㅋㅋ)


우지끈 얼음 갈라지는 소리


안동 고산정은 청량산(淸凉山) 암벽 옆에 이황(李滉)의 제자인 금난수(琴蘭秀)가 지은 것으로 1992년 11월 26일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74호로 지정되었다. 앞서 언급했듯 최근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방문객도 늘고 있는 안동의 역사 문화 명소로 예로부터 풍광이 아름답고 경치가 좋아 퇴계 이황뿐만 아니라 양반네들이 많이 즐겨 찾는 안동의 명소인 정자였다고 한다.

(출처:투어 플레이스)




아직 간고등어를 영접하기엔 이른 시각이라 다음 목적지는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도산서원은 조선 중기의 대학자 퇴계 이황 선생을 기리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선조는 이곳에 도산서원이라는 현판을 사액했는데 그 편액은 당시 명필 제 일인자로 손꼽히는 한석봉의 필체이다.

한석봉의 필체로 쓰인 도산서원 편액



도산서원은 2019년 '한국의 서원' 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도산서원만 보러 가기에는 좀 밋밋한 구석이 있지만 막상 와 보니 서원 앞에 펼쳐져 있는 안동호가 참으로 절경이었다. 추운 날씨라 호숫가가 얼어있었는데 조용한 가운데 사색을 즐기기 좋은 곳이라 생각된다.


도산서원 앞마당을 메우고 있는 버드나무


대부분 도산서원 사진을 서치 해 보면 가을에 화려한 단풍 속 안온하게 파묻힌 한옥의 자태가 인상적인데 그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은 살짝 쓸쓸한 감이 있다. 추운 날씨라 오랜 시간 볼 마음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전체를 둘러보는데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슬슬 배가 고파져 오늘 안동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간고등어 집으로 향한다.

우리가 찾은 이곳은 산청 식당! 

로컬 맛집답게 지역 주민들이 이미 많이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우리처럼 여행 온 사람들도 더러 계신 듯했다.



이영자가 추천한 안동 맛집이란다.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서빙된 우리의 간고등어.

이 집은 간고등어 이외에도 적당한 계절 나물과 상추 겉절이가 나와서 비빔밥처럼 밥을 비벼 된장찌개와 먹는 재미도 있다. 반찬 하나하나가 다 맛있고 적절했다.


간이 세지 않고 적당히 짭조름한 간고등어에 비빔밥 한 숟가락, 된장찌개까지 먹으면 그곳이 천국(이 글을 쓰면서도 또 먹고 싶어 진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다음 행선지 안동 여행 일번지 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부용대로 향했다.



정말 예쁘게 보존된 미니어처처럼 하회마을이 눈앞에 딱 펼쳐지는데 뭔가 안동은 예로부터 양반이 사는 지역답게 자꾸만 '안온하다'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돈다. 아무래도 산과 강에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드는 것도 같다.

부용대는 말 그대로 낙동강이 하회마을을 휘감아 돌면서 깎은 절벽이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부용. 즉 연꽃은 하회마을이 물 위에 떠 있는 연꽃 한 송이처럼 보이기 때문이리라.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전경
고요한 하회마을




이제 직접 내려가 하회마을로 들어가 볼 시간.

하회마을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셔틀버스는 매우 운행 간격이 짧기 때문에 대기 시간은 길지 않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렇게 하회 장터가 있어서 각종 막걸리와 안동소주, 파전, 닭볶음탕, 간고등어를 파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갔을 시기에는 코로나 여파와 겨울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본격 들어가 보았는데 아직 집주인이 살고 있는 곳도 있고, 민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간 날은 정말 사람들이 몇 명 없어서 둘이 대화하는 소리도 혹시나 안에 살고 계시는 사람들에게 들려 피해가 갈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사방이 고요하고 적막했다.


평화로운 초가집 풍경


최근에 다시 일상이 회복되면서 많은 분들이 하회 마을을 다시 찾고, 사람 냄새가 나게 된 것 같아 다행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옛 마을이다 보니 좁은 골목을 두고 옹기종기 집들이 붙어 있어 매너는 필수일 듯하다.




조금 걷다 보니 등장하는 만송정 솔숲. 하회마을에서 가장 예뻤던 공간이다.

좋은 계절에는 이곳이 포토 스팟으로 유명하단다. 겨울에도 나름 굉장히 운치 있고, 묘한 매력을 선사했다.



만송정 솔숲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아까 내려다보았던 부용대가 나온다. 위에서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나룻배 한 척. 그리고 하늘에는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가며 수놓은 비행기구름의 콜라보가 멋지다.



돌아가는 길.


이렇게 하회 마을을 끝으로 이번 안동 당일치기 여행은 마무리를 지었다.

언제 또 안동을 가게 될까 싶지만 당일치기 짧은 여행이었어도 굉장히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양반다운 여행을 즐긴 것만 같아 뿌듯하다. 다음에도 매번 가던 곳 말고 또 이런 좋은 추억과 볼거리와 감상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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