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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Aug 18. 2022

무비토크 #12. 미드 소마

공포/미스터리, 미국/스웨덴, 2020 재개봉, 감독: 아리 에스터



진짜가 나타났다.


진정한 의미의 공포, 호러, 미스터리 영화 리뷰는 이번 <미드 소마>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예전에 올린 일본 영화 <괴담>은 공포 영화라고 하기에는 많이 고전적이었다. 사실 미드 소마도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영화라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아리 에스터' 감독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두텁고, 나 또한 공포 영화를 절대적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만큼은 꼭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하며 추천하고 싶다.


사실 미드 소마를 보기 전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이라는 영화를 먼저 보았다. 상당히 신선하고, 세고, 그로테스크하고, 음침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잘 잡아낸 영화라 역시 공포 영화의 떠오르는 천재 신예가 맞구나 생각했다. 평소 하드코어 한 액션 영화나 한국 영화에서 칼로 쑤시고 총질을 해대는 뻔하면서도 잔인한 장면은 잘 못 보는 타입인데 오히려 뭔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하는 서늘한 공포와 인물들의 기괴함, 뛰어난 영상미들이 주는 반전의 분위기에서 자아내는 공포감은 즐기는 편인 것 같다.


미드 소마의 백미는 역시 뛰어난 영상미와 북유럽 특유의 청량하고 맑은 기운이다.  그러나 갑자기 무심하게 등장하는 오컬트적인 요소가 익숙치 않은 분들은 역겨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첫 장면은 이렇게도 동화 같은 이미지로 시작한다.


이번 작품만큼은 스포를 금하고 싶다.

어떤 장르보다도 스토리의 흐름에 영향을 크게 받는 장르가 미스터리, 공포 영화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리 에스터 감독이  영화에 대해 '낮도 공포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언급한 코멘트에서 미루어 짐작해볼  있는 점은 시종일관 대낮같이 밝은 배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스웨덴의 9일간의 하지 축제를 배경으로 한다. 스웨덴어로 미드솜마르(midsommar)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답고 고요하면서도 이국적인 풍광에 매료되지만 어쩐지 익숙지 않은 북유럽의 차가움과 광활함에 묘한 긴장감이 더해진다.   


그리고 이곳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

살짝은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도 보이지만 대체로 밝고 친절하며 그들의 마을 공동체 윤리를 지키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바로 그 공동체의 윤리이다. 오랫동안 외부와 단절된 닫힌 그 마을에서 그들 내부의 선과 악을 구분하고, 번영과 번식을 위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공동체의 그 기묘한 질서는 맹목적인 사이비 종교의 집단적 광기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누군가의 상식이 누군가에겐 공포가 되는 그 순간.

우리도 때때로 경험한 두려움이 아닐까?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죄의식이 없는 자들의 모습을 볼 때나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누군가와의 대화 속 '도대체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나요?'라고 물어보고 싶은 경우들 말이다.  


일반적 규범과 도덕, 윤리의 상식적 기준은 어디까지 이며 문화적 다름에 대한 인정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 세상 어디인가에 이런 마을이 존재한다면 정말 끔찍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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