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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Aug 17. 2022

무비토크 #11.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드라마, 한국, 2020 개봉, 감독: 이종필

아마도 무비토크에 처음 올리는 한국 영화일 것이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거나 큰 감동을 느낀 좋아하는 한국 영화들이 따로 몇몇 작품 있지만 의외로 첫 리뷰 작은 뭔가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볍게 한 시간 정도 러닝을 하고 집에 오니 아직 9시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오전 시간을 독서와 영화보기 중 고민하다가 티빙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영화가 추천에 뜨길래 가볍게 눌러보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한량이 따로 없네. 이제 이 생활도 이번주가 끝이구나...) 


예전에 내가 본방 사수하며 열심히 보았던 '알쓸범잡'에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이 프로그램이 맞을 거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영화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고 해서 관심 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실제 사건 스토리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1991년 경상북도 구미시의 구미 공업단지에서 '두산전자'회사가 두 차례에 걸쳐 페놀 30톤과 1.3톤을 낙동강으로 유출시킨 사건이다. 이 페놀은 당시 42만 가구가 식수로 사용하는 상수원인 다수취수장으로 흘러들어 갔고 당시 수돗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대구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취수장 측에서는 악취를 없애려고 다량의 염소를 투입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페놀과 염소가 결합하면서 한층 독성이 강한 클로로페놀로 변해 수돗물을 마신 대구 시민들은 극심한 두통과 구토 피부질환을 앓게 된다. 강물에 흘러들어 간 페놀은 유역의 과수원과 농지도 오염시켰고, 작물은 물론 이를 먹은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했다. 결국 대구 환경처 직원 7명과 두산전자 직원 6명 등 13명이 구속되고 환경처 장관까지 경질,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또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는 등 당시 이 사건은 꽤나 크게 이슈가 된 사건이었다.


1991년도는 내가 아마 초등학교 1학년 즈음이라 사건에 대해 기억나는 게 없지만 이 영화를 통해 그 당시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낮았는지, 환경에 대한 기업적 윤리의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알 수 있는 증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90년대 감성 물씬


이 영화는 1995년.

생산관리 3부의 오지랖 이자영(고아성), 마케팅부 까칠녀 정유나(이솜), 회계부 수학 천재 심보람(박혜수) 이 세 명의 고졸 출신 삼진 그룹 말단 사원들이 사건을 은폐하는 회사를 상대로 진실을 폭로하는 다소 만화 같은 전개의 이야기이다. 


그만큼 90년대 을지로와 명동 근처에 있던 회사 내부 모습과 건물 스타일, 90년대를 풍미했던 짙은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 등 거의 당시를 고증하다시피 꾸며 놓은 소품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중간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커피, 프림, 설탕의 비율들. 그래 나 어릴 적 저 동서 프리마 통이 우리 집에도 있었어!!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래로 그 당시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영화는 오랜만이다.  

당시 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갈망과 노력, 근성과 열정은 고졸 사원들이 열심히 남아 토익 공부를 하는 장면에서 물씬 느껴진다. 보기만 해도 답답하게 다닥다닥 붙어 앉아 사전을 찾아 필기하는 저 당시의 학원의 모습이 왜 낯설지 않지? 패드로 공부하는 요즘 세대와는 달리 아직도 공부한다고 하면 필기도구부터 생각나는 나도 이제 옛날 사람인가 보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이 세 사람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용기를 낸다. 이들의 양심적인 움직임에 차차 마음을 바꾼 윗 선들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밝혀내고 영화는 권선징악,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영화를 보면서 당시 만연했던 유리천장, 남녀차별, 물질만능주의, 기회주의 등등 다소 사회의 어두운 모습과 부조리함, 부당함을 좀 더 깊게 다루지 않았나? 왜 고졸 말단 여직원의 한계성을 스스로 못 박으며 결국 주변 지위가 높은 남자들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설정으로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거기까지 들어간다면 이 영화 자체의 성격이 좀 모호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너무 딥하지 않게 적정 선을 유지하면서 그녀들의 용감함, 당당함, 순수함, 유쾌하고 아기자기한 맛으로 결말을 맺도록 한 점도 나쁘지 않았다 싶다.  


그나저나 퇴근 후에도 저렇게 열심히 자기 계발하는 저분들 대단하다.

나는 언제 영어 공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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