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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Aug 24. 2022

읽고쓰다 #5. 죽은 자의 집 청소

경주마 같이 달리기만 하던 인생을 잠시 멈추고 바라보게 하는 책

평소 '그것이 알고싶다'나 '알쓸범잡'과 같은 범죄를 다룬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나 추리 드라마를 열성적으로 보아서 그런 걸까? 늘 죽음과 닿아있는 사건 사고들을 볼 때면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묘한 궁금증이 자꾸만 꿈틀댄다.


어쩌다가 피해자들은, 또는 가해자들은 이렇게까지 된 걸까? 왜 그랬을까? 여기까지 오기 전에 몇 차례의 시그널과 사인이 있었을까? 죽음을 목전에 둔 그 찰나에는 어떤 생각이 들까?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평소에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까? 무엇을 알아둬야 할까? 등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도 하지만, 그들의 위기 상황과 비슷한 경험조차 해보지 못한 나는 결국 답은 찾지 못하고 질문만 해대다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 무탈한 인생이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 책은 사건과 사고의 현장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어찌 됐던 수많은 이유 끝에 죽음에 다다른, 특히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은 고독사 하신 분들의 유품과 집을 정리하는 특수한 청소를 하는 분의 이야기이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하단에 책 겉표지를 둘러싸고 있는 홍보 라벨에 쓰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 추천!'이라는 문구가 나를 확 끌어당겨 구입하게 되었다.

유성호 교수님은 그것이 알고싶다에 많이 출연하셔서 아마 많은 분들이 법의학 교수님으로 많이 알고 계실 듯하다. 매일 다양한 사건과 케이스로 목숨을 잃게  분들의 몸을 가르고 사인을 분석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분들은 어떤 마음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보통의 책임감과 사명감 정도로는 행하기 어려운 직업인  같다. 그들은 전문직이면서 연구직, 그리고 한편으로는 성직자와 같은 마음과 자세를 지니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닐까?



늘 죽음을 목도하거나 이 글을 쓴 이처럼 죽음과 맞닿은 직업을 갖은 사람들은 오히려 삶에 대한 마음이 각별한 것 같다. 이렇게 그의 글만 읽었는데도 나 또한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있는 순간만큼은 아등바등 살 필요 없이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것에 만족하고 소소한 것들에도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의 불꽃이 가슴 한 가운데 피어난다. (물론 책장을 덮으면 이내 사라지는 것이 문제이지만...)



다양한 사유로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주변인들에 의해 그들의 죽음이 발견되어 수습하는 이야기.

슬프면서도 씁쓸하고, 허무하기도 한 우리 주변의 세상 이야기이다.


지금 내 가까이에도 병과 사투를 벌이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는 친구가 있다.

누구도 자신이 그런 병에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할 수 없지만, 전혀 예상 밖의 건강한 친구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고, 너무 고통스러워하며 하루하루 두려움에 떨고 언젠가 전화 통화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을 때 혹시나 잘못 되면 어쩌나 철렁 마음이 내려앉았다.


생을 마감하는 것.

하늘이 주신 생의 기회와 그것을 끝마치는 것은 재천(하늘에 달려 있는 일)이지만

자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참... 고독하고 춥고 아픈 일일 것이다. 그 끝에는 고통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 세계일 뿐이라 생각한다.


부디

이 세상 모두가 춥지 않고, 가난하지 않기를...

외롭지 않고,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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