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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Sep 17. 2022

무비토크 #16. 말아

드라마, 한국, 2022 개봉, 감독: 곽민승

보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명랑한 청춘영화 <말아>를 소개한다.

사실 걸스카우트 아이들을 인솔해서 영화관을 가야 하는 일정이 생겼는데

일반 영화관에서 하는 영화는 시간대가 거의 안 맞기도 했지만 15세 이상 관람가라 애들을 데리고 보기에도 애매한 영화였어서 인근에 있는 '영화공간주안'에 가서 보기로 했다.


이곳은 보통 상업영화보다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위주의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라

나는 정말 애정하고 자주 찾는 곳이지만 아이들은 아마 처음 가보았을 것이다.

요즘은 진로체험교육을 위해 이곳도 마을교육 체험처가 되었지만 사실상 중고등학생들 위주이지 초등학교 아이들은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고 기관 관계자에게 문의 전화를 한 결과 알게 되었다.


무튼 아이들을 데리고 볼 수 있는 시간대의 영화를 찾다 보니 심달기 주연의 <말아>가 딱 적당했다. 12세 관람가이긴 했는데 과연 애들이 이 청춘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되긴 했다.


6학년들과 5학년들의 갭 차이가 이런 걸까?

6학년 아이들은 나름 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요즘 대학교 언니 오빠들이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 취업이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스펙 쌓느라고 수능 때보다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둥, 그리고 저 언니가 영화 초반에는 날라리였는데 김밥 말고 나서는 사람이 달라졌다고 하면서 나름대로 영화의 처음과 귀결의 변화의 흐름을 잘 포착한 듯 보여 뿌듯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요즘 청춘들의 삶의 애환을 공감한다는 부분이 씁쓸하기도 했다.


어린 5학년 아이들은 영화 후반부터는 인내심이 바닥이 났는지, 가지고 간 과자를 다 먹어서 그런 건지 몸을 배배 꼬고 난리가 났다. ㅋㅋ 그리고 영화관 나오면서 하는 말.


"선생님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어요!"

"나도 그래."

(후후 귀여운 것들. 슬며시 마음에 미소가 번진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소규모의 작은 영화관에서 소란스러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전세를  것처럼 우리밖에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 됐다. 이런 독립영화관들이 망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

그리고 상업영화에 길들여진 요즘의 아이들에게 뭔가 색다른 체험을 해 주고 싶었던 소기의 목적도 달성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스펙터클한 화려한 화면 구성과 CG 그리고 자극적인 시나리오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렇게 잔잔하고 밋밋하지만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필름으로 담은 것도 영화라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좋겠다.


독특한 마스크의 심달기 배우님.

어디에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슬기로운 의사생활 2'에서 어린 10대 부부로 나왔던 것 같다.

짧은 찰나였지만 뭔가 인상적인 마스크와 말투로 임팩트가 강했다.

그녀는 처음엔 딱 저 창가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생활이었는데

김밥집을 운영하면서부터는 저렇게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차를 마신다.

집안의 풍경도 점차 깨끗하고 환해진다.

사람의 삶에 목표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할머니의 간병으로 시골에 내려가야 하는 엄마를 대신해 반 강제로 신나라 김밥집을 떠 앉은 딸 주리.

짧은 가게 운영 기간 동안 만나게 된 과묵하지만 어딘가 끌리는 청년과의 풋풋한 로맨스와 동네 꼬마 친구. 그리고 미친 말빨의 정신없는 산악회 회장님의 단체주문으로 주리의 일상은 점점 변해가는데...


내일은 나도 김밥을 말아봐야겠다.

한동안 김밥이 아주 맛있어질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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