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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Sep 12. 2022

무비토크 #15. 럭키

코미디, 한국, 2016 개봉, 감독: 이계벽

진짜 한없이 가벼운 코미디를 보고 싶은 날이 있다.

무겁고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보다는 내 머릿속을 비우고 싶을 때, 특히나 요즘처럼 현생이 빡빡한 시기에는 아무 생각 없이 결말도 뻔히 해피엔딩이 연상되는 그런 안전판 같은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추석 연휴였지만 뭔가 날씨도 우중충하고 물 먹은 스펀지 마냥 머리가 한없이 무거운 하루였다.

하루의 마무리를 맥주와 함께 뭔가 산뜻하게 마무리하고 싶은데 딱히 떠오르는 영화가 없던 찰나,

짝꿍이 럭키를 추천했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 씨가 나오는 영화를 연속해서 보다니.

요즘 그에게 홀릭이긴 한가보다.

곧이어 공조2도 보러 갈 판이다.



스토리마저도 정말 특유의 B급 갬성을 그대로 살렸다.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개연성이 벌써부터 웃기다.

냉혹한 킬러로 등장하는 유해진. 킬러 유해진이라니...

벌써부터 웃기지만 웃음을 참고 그의 신들린 연기를 일단 지켜본다.

사건 의뢰를 마치고, 누군가를 처리한 후 손목에 튄 핏자국을 지우기 위해 어느 허름한 목욕탕으로 향한다. 목욕탕에 들어선 순간 누군가에 의해 미끄러져 떨어진 비누를 밟고 넘어져 과거의 기억을 잃게 된다.


그 동네 옥탑방에 살던 이준. 처음에 너무 찌질한 모습에 어디에서 많이 본 배운데 누구지?? 싶을 정도로 백수 연기를 찰떡같이 해냈다. 인기도, 일자리도, 삶의 의욕도 없어 죽기로 한 무명배우 이준은 하필 목을 매기 직전에 자기 집 앞에 찾아온 집주인 아주머니의 방문을 뿌리치지 못하고 문을 열어 자살기도는 실패한다. 마지막 신변 정리를 위해 냄새나는 육신을 씻으러 들어간 목욕탕에서 유해진을 보게 되고, 그의 명품 옷가지와 물건들이 탐이 난 그는 목욕탕 열쇠를 바꿔치기하며 그 둘의 운명은 바뀐다.

 



하여튼 기억상실이  유해진과 백수 이준은 서로의 바뀐 삶을 살게 되면서 그들의 일상 속으로 점점 스며들어간다. 이준은 유해진이 처리를 의뢰받은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 그녀를 구출하려 하고, 유해진은 엑스트라 배우 생활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액션 본능을 연기로 승화시켜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차게 되는 어이없는 인생 반전이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인연들과의 잔잔한 정과 풋풋하게 피어나는 사랑이 자칫 액션으로만 흘러갈 수 있는 흐름을 풍성하게 받친다.



어쨌든 굉장한 시나리오의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절대 아니지만

가볍게 웃기 좋은 킬링 타임용 오락무비, 가족영화로 유해진이 하드 캐리 해서 그 당시 약 700만 관객은 끌어모은 상업성은 충분히 있었지 않았나 싶다.

 

어찌됐든

오늘의 내 기분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해줬던 영화.

럭키

유해진이라는 배우가 실력이 없어 매번 조연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영화라 참 좋았다. 이렇게 넉넉한 웃음을 짓는 그를 오래오래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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