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한국, 2019 개봉, 감독:리건
바둑 영화 주연이 권상우라고?
언제부터인가 권상우 배우님이 코미디 영화를 찰떡같이 잘 찍으셔서 이 영화도 제목만 보고서는 장르가 코미디인가? 싶었다.
아마도 근육질의 몸매에 비해 혀짧은 발음이 언발란스하게 귀여우신 반전 매력의 소유자 권상우 배우님의 이미지와 미생에서 굳어져버린 '바둑'에 대한 나의 이미지가 어딘가 모르게 매칭이 어려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여간 티빙에 풀린 <신의 한 수:귀수편>을 짝꿍은 먼저 보았고, 한번 볼만 하다며 추천을 해줘서 여유 있는 일요일 저녁 한번 보기로 하고 스타트 버튼을 누른 순간.
'아... 내가 생각한 그런 영화가 아니었잖아?!'
생각보다 굉장히 묵직하고 다크 한 복수극이 베이스가 된 바둑을 소재로 한 액션 영화에 가까웠다.
만화를 방불케 하는 권상우 님의 시원시원한 액션 연기와 왜 그가 귀수가 되어 그렇게까지 한을 품고 냉혹한 내기 바둑의 세계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그 파란만장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져서 전반적으로 이해하기가 매우 쉬웠다.
그리고 신의 한 수 2편에서는 주연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엄청난 연기파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허일도
그는 장성 무당과 내기 바둑을 두다 한쪽 손을 잃는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린 귀수을 거둬 바둑을 알려주고 혹독한 수련을 시킨다. 물론 내기 바둑에서 이겨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지만 어린 귀수를 따뜻하게 대했던 유일한 사람
이후 부산 잡초에게 살해당한다.
똥선생
바둑 실력은 형편없지만 홍마담과 함께 내기 바둑 판을 벌리고 하우스를 운영하는 내기 바둑계의 똥선생. 귀수는 똥선생을 찾아가 정보를 얻고 각 지역의 경쟁자들과 복수 상대를 하나씩 물리치는데 귀수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한다.
부산잡초
허일도를 죽인 장본인으로 질이 나쁜 건달 비슷한 인물. 귀수는 제일 먼저 스승의 복수를 위해 부산잡초를 찾아가 대적한다. 한강을 지나는 지하철로 위에서 목숨을 걸고 펼쳐지는 한 판에서 결국 귀수에게 목숨을 구걸하게 되고, 이후 귀수가 누나의 복수를 성공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후덜덜한 인상의 배우님들 총출동
다 보고 난 후의 인상은 약간 액션에 무게중심을 더 둔 타짜 비슷한 느낌이다.
악을 저지른 인간은 결국 벌을 받게 되고,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은 귀수는 홀연히 떠난다.
어쨌든 권선징악이 확실한 결말로
어딘가 모르게 한이 풀린 것만 같은 훈훈한 해소감이 드는 영화다.
영화에서나마 속이 후련했다.
마지막 장면에 어린 날의 귀수와
모든 복수를 다 끝내고 떠나는 어른이 된 귀수가 오버랩되며 처음 허일도를 따라가던 그 날의 귀수가 동전을 던지는 장면이 어딘가 여운이 길다.
이 세상에 어딘가에도 이런 마음의 상처를 겪고
복수를 결심한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
귀수는 복수에 성공했지만
수많은 세상의 풍파에 좌절된 아이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