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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Oct 28. 2022

읽고쓰다 #10. 인생수업

방황하는 마음에 길잡이가 되는 말씀

역시나 이 책 또한 30대 초반에 사서 한 번 읽고 고이 책장에 모셔만 두다가

40대에 접어들어 다시 한번 읽고 싶어 펼쳐 들었다.


딱히 뚜렷한 근심이나 걱정은 없었는데 어째서 책장에 꽂혀있는 많은 책들 중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은 새로운 지식 전달의 책이나 몰입해서 읽어야 하는 소설보다는 이렇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내용의 챕터가 짧은 글들이 더 잘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도 덜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직장에서도

직위에 따른 맡은 역할이 있고 예전보다 훨씬 더 일도 많아지고 책임도 커지다 보니 약간은 번아웃? 증세가 오는 듯도 하다.

번아웃까지는 아니지만 쉬고 싶다는 생각,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뭐하나,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든다.

30대가 훅 지나가고 보니 남은 40대는 또 아무 생각 없이 어영부영하다가 금방 반백살의 나이가 될 것만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이런 요즘의 나에게 지혜로운 어른의 말씀이 필요해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집어 든 법륜 스님의 '인생 수업'


내 나이 30대 초반에 인생의 큰 시련을 겪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기가 닥치면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게 되듯이 그때의 나는 내 마음을 치유할 것들을 찾아 닥치듯 헤맸던 경험이 있다.

그때 법륜 스님의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즉문즉설을 팟캐스트로 잠시 들었던 적이 있다.


'아! 이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더 한 시련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구나!'

'아! 같은 문제라도 이렇게 심플하게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구나!'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걸까?'


직접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회도 가 보고도 싶었지만 사정상 힘들었고, 유튜브나 영상을 통해서 나마도 상당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 후로 10년

나는 서서히 회복했고, 다시 일어섰고, 오히려 지금은 그때의 경험 패치를 장착하고 업그레이드되어 살고 있다.


나의 40대를 계획하며

책의 소중한 구절들을 다시 한번 필사하는 마음으로

담아본다.


1. ‘왜 사냐건’ 그저 웃지요.

'나는 특별하다, 그래서 특별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못해서 괴롭다.'
나의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맞게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스스로 갖는 겁니다.
그런데 길가에 자라난 풀 한 포기나, 산에 살고 있는 다람쥐나 인생살이가 다 똑같습니다.
자기 자신은 스스로 특별한 줄 알지만 사실은 별거 아니에요.
아무리 잘난 척해도 100일만 안 먹으면 죽고, 코가 막혀 10분만 숨을 못 쉬면 죽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면 특별해져야 한다는 부담 없이 가볍게 살아갈 수 있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p.17)
자기중심 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에 매달려 성공이라는 거품을 부풀리면, 그 거품이 꺼질 때 삶이 허무해집니다.
요즘 사람들은 허세도 심하고 헛된 욕망에 팔려서 인생을 낭비하고, 늘 남과 비교하며 자기를 학대하고 삽니다.
그러나 세상의 성공 기준에 나를 맞추고 나의 욕구가 충족된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욕구를 버리거나 기대를 낮추는 만큼 기쁨이 일어나고 만족이 일어납니다.


그래,

나도 늘 특별해져야 한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이런 마음을 아주 버리진 못했지만

내가 내 스스로에게 매기는 기준치와 기대치가

일반적인 기준보다 훨씬 높기에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버텨온 시간들이 많았다.

남들보다 이만큼은 더 잘해야 하고, 앞서야 하고,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시 생각했다. 물론 그런 노력들로 인해 내가 성장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내면을 옥죄여 왔던 부담스러웠던 시간들도 인정한다.


앞으로의 나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살고 싶다.


2. 삶과 죽음은 하나의 변화일 뿐

숨이 끊어져 몸이 흩어지는 것이나
하루하루 세포가 바뀌는 것이나 다 똑같은 변화입니다.
실재하는 것은 변화뿐인데, 보이면 살았다고 하고,
안 보이면 죽었다고 하고, 안 보이다 보이면 태어났다고 하는 겁니다.

억겁의 시간 중 내가 태어나 살아간 시간은

눈 깜짝할 만큼 찰나의 시간일 텐데

태어난 이 시간만큼은 후회 없이 살고 싶다.

고민하고 주저하고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어려워서

하지 못했던 모든 일들을 더 늦기 전에 실행해 보아야겠다.

일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보내야지…


3. 내가 누군가를 미워했던 이유

내가 상대방을 도와주었는데 상대방이 나를 안 도와줄 때의 실망감과 내가 상대방을 도와주지 않아서 상대방도 나를 안 도와줄 때의 실망감은 다릅니다. 내가 도와주고도 도움을 못 받았을 때 실망감이 훨씬 더 큽니다.
그래서 사랑은 미움의 씨앗이라고 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미워할 일도 없지만, 사랑하는 사이에 철천지원수도 생깁니다.
자기를 낳아 키워준 부모, 친했던 친구, 사랑하고 좋아했던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바로 기대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때때로 부모님께,

친했던 친구에게,

믿었던 동료에게,

사랑한 연인에게,

서운하고, 미워하고, 배신감을 느끼고, 실망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내가 받고자 한 기대감에 그들의 반응이 미치지 못하거나 나의 노력이나 고생을 알아주지 못했을 때. 내게 보여준 그들의 사랑이나 배려가 모자라다고 생각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그동안의 결벽증적으로 폐쇄적이었던 나의 인간관계가 과연 옳았던 선택이었나?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들이 보여준 호의나 애정에 걸맞은 사랑과 배려를 보여주지 않았던 사람이지 않았을까? 내 주변 친구들이 만약 내가 남들에게 들이댄 잣대로 나를 잰다면 나는 과연 그들의 주변에 남아있을 수 있는 사람일까?


반성한다.

나 역시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인정한다.

이 인정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간 나로 인해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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