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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Dec 15. 2022

무비토크 #21. 본즈 앤 올

공포, 미국, 2022 개봉,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일요일 아침 우연히 리모콘을 돌리다가 영화 소개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잠시 스쳤다.

그 스친 잠깐의 찰나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그 특유의 몽롱한 얼굴을 한 나의 사랑 '티미'가 클로즈업 되었다.

'티미' = 티모시 샬라메


안그래도 '언제쯤 보기는 봐야할텐데...' 하고 벼르던 찰나

주말에 우리집에 오기로 한 조민이 메가박스와 CGV에서 본즈 앤 올 주말 현장 이벤트를 한다고

같이 보러 가자는 제안을 고맙게도 해 주는게 아닌가? 내 마음을 어찌 알고 말이지...

역시 오래 같이 지낸 친구는 취향도 비슷해지나 보다.

 

메가박스에서는 매리커플 폴라로이드 + 명대사 엽서 3종 SET를

CGV에서는 포스터를 주는데 동선상 메가박스 송도가 가까워서 일정을 잡았다.

무려 영화 시간은 밤 23:05분. 이것은 열정이다.

옛날 옛적 둘이 이수 아트나인에서 연달아 3편의 영화를 밤부터 새벽까지 진행하는 무비올나잇에 참여하고 난 이래로 이렇게 늦은 시각 보는 영화는 거의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새롭고 좋네.


(여기서부터는 심혈을 기울여 쓴 내 영화 감상평이 통째로 날아가서 안드로메다로 떠난 멘탈을 부여잡고 다시 쓰는 글입니다...ㅜㅜ 저장. 저장을 잘 합시다 여러분.)


본래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전체적인 스토리를 미리 찾아보고 가지 않는 편이라 오늘도 이 영화의 장르가 공포인줄도 모르고 오로지 티모시 샬라메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보러 간 것이었다.

물론 '식인'이라는 소재를 끌고와 만든 고어물이 맞긴 하고 중간중간 이런 류의 장면을 굉장히 역겨워 하거나 보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


나에게는 이 영화가 공포 보다는 오히려

‘로맨스' 카테고리에 담길 것 같다.

스포는 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내 그 마지막 장면.이 잊히질 않아서일까?

 

보는 내내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청춘들


태어날때부터 숨길 수 없는 식인 본능을 가지고 있는 두 소년과 소녀는 세상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돌다가 결국 자신이 살던 가족과 터전을 버리고 떠돌아다닌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 리(티모시 샬라메)와 매런(테일러 러셀)은 어느새 동행인이 되고,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 같은 종족인 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갈증 사이의 갈등에 혼란을 느끼며 떠나게 된다. 그렇지만 리를 잊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매런.

그들은 서로에 대한 아픔과 상처를 보듬으며

서로가 서로에게만은 천국인 처절한 사랑을 이어간다.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한 부분이 가슴에 와 닿는다.


끝내 하나가 되려는 참혹하고도 숭고한 사랑이 핏빛 낭만으로 일렁인다


우리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다 차가 멈춰 선 그 곳에서 정착하자. 

그리고 한번 평범하게 살아보지 뭐... 안되면 또 떠나면 되고... 

라는 매런의 말이 어딘가 나의 가슴을 후벼 판다. 


아리땁고 안타까운 그 젊은 커플의 어두운 미래가 그려져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복한 삶을 응원하고 싶은 할매의 마음인 것일까? 

아니면 내게도 있었던 싱그럽고 불타올랐던 청춘의 사랑이 다시 떠올라서였을까?

   

사랑의 완성이 참혹하고, 핏빛 낭만이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것이라면

그들의 사랑은 대관절 무엇일까? 

이 영화를 보고나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이나마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재발견한 테일러 러셀.

뚜렷이 성공적인 필모는 없지만 얼굴을 막 쓰는 장면에서도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그녀의 마스크와 목소리.

특히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풋풋한 소녀의 매력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어딘가 모르게 선하고 정의로운 내면을 지닌 것 같은 눈빛이다. 앞으로 그녀의 연기가 기대된다. 

(꽤나 어려보여서 한참 어린 줄 알았더니 의외로 티모시보다 한 살 연상이라고...)  




아...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설리 할아버지.

첫 등장이 굉장히 극초반에 나와서 이 아저씨 뭐지? 싶었는데 씬 스틸러다. 

오랜 세월 혼자 외로이 살아온 할아버지는 비오는 어느 날 떠돌이 매런을 발견하고, 자신과 같은 종족인 그녀를 냄새로 알아보는데... 매런에게 굉장한 이끌림을 느끼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게 되자... 하여간 여기까지 하겠다. 

조연 쯤으로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겠지 싶었는데 정말 그 알 수 없는 오묘한 섬짓함은 갑이었다.  


왜 하필 이 영화의 제목이 <본즈 앤 올>이었나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 중반쯤 물놀이를 하다 만나게 된 뚱땡이 이터의 설명으로 

뼈까지 다 먹어버리는 식인의 완성형이 본즈앤올 단계인데 바로 매런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엔딩을 보고 왜 이 단어가 제목이 되었는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감동 포인트는

매런이 자신을 낳은 친모를 만났을 때 그녀의 형상을 보고 나는 가장 많이 가슴으로 울었다.

조민은 옆에서 계속 훌쩍이던데 왜때문에 나는 눈물이 실제 흐르진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으로는 너무 애절하고 슬펐다. 그녀의 모습은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을까? 아니면 언젠가 자신을 찾아올지도 모르는 딸을 위해 버텨낸 모성의 다른 부분이었을까? 딸을 만나자 그녀를 먹어버리려는 그녀의 행동 또한 일정 부분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하여간 여러가지 복잡 다단한 심경이 얽히고 섥힌다. 



한 밤에 이 영화를 본 것이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새벽 감성과 잘 어울린다.

영화를 보고 밖을 나왔는데 쨍 하고 해가 떠있었다면 굉장히 이상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오랜만에 멋진 영화를 감상하게 되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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