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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May 03. 2023

[봄/효도 코스] 화담숲 모노레일, 떼레노시떼 카페

곤지암과 기흥 카페

이번 여행까지 나는 화담숲은 세 번째 방문이다.

한 번은 한겨울에 곤지암 리조트에 묵었는데 화담숲을 제대로 봤다고 하기엔 애매하고 두 번째 방문은 친구와 함께 9월 즈음 아직 한창 햇볕이 따가운 늦여름 또는 초가을 시기에 와서 땀으로 샤워를 하고 간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언젠가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드는 이곳에 부모님과 한 번은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벚꽃은 졌지만 봄이 한창인 이 시기 4월 15일 부모님을 모시고 화담숲에 갔다.


화담숲 사이트 바로가기(클릭)


일단 화담숲이 효도 코스로 메리트가 있는 부분은 모노레일이 너무 잘 되어있다는 점이다.

다리가 불편한 우리 엄마 같은 경우 일단 화담숲 전체를 다 걸어서 둘러보는 것은 무리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에 땅도 울퉁불퉁 흙길도 많고, 좁은 길도 다수 있어서 나이가 있으신 노인 분들이나 어린아이들이 전 코스를 걸어서만 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젊은 나도 그 뙤약볕에 2/3 지점에 다다르니 다리가 아프다기보다는 너무 더워서 끝 부분 한 코스는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왔던 기억이 있다. 물론 젊은 사람들은 운동삼아 걷기 참 좋은 코스에다가 사방 곳곳이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라 지루하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날씨와 예약.

우리가 가려고 한 날짜에 처음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니 전 시간대가 다 매진이었었다. 새로고침을 계속하다 보니 드문드문 자리가 생기는 시간이 나왔고, 빛의 속도로 3자리를 예매했다. 어차피 내가 집에 갈 수 있는 시간이 주말밖에 없어서 더 치열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였던 날씨.

우리가 예약한 날짜에 갑자기 비가 온다고 예보가 되어 다시 들어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다 취소를 했나 보다.

이제는 모든 시간대가 200자리 넘게 비었었다.

"비가 와도 그냥 간다!"는 마음으로 우리는 뚝심 있게 버텼고 화담숲에 도착했을 때에는 비가 그쳤을 뿐만 아니라 시원한 바람에 미세먼지까지 매우 좋은 아주 쾌적한 날씨를 선물 받았다.



흐리지만 쾌청한 날씨 화담숲 포토존에서


만개한 꽃들은 아니었지만 수줍게 맺힌 꽃봉오리가 설렘을 준다.

각양각색의 나무와 꽃들이 어우러지는 절경을 보시고 부모님이 기뻐하셨다.


한 번쯤 꼭 와봐야 할 곳이라고 하더니 와볼 만하구나!



부모님의 이런 감상 한 마디가 참 뿌듯하다. 모시고 같이 오기 참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효도가 별 게 아니구나.


동글동글 귀여운 모노레일 등장.

미리 모노레일 탑승권을 화담숲 초입에서 끊어 타야 한다. 총 A, B, C 3개의 코스로 되어있으며 우리는 모든 코스를 다 도는 순환 모노레일을 탔다.

모노레일을 타고 여유 있게 즐긴 화담숲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한 모노레일에 빽빽이 타지 않고 여유가 있다. 앞뒤로 앉는 좌석이 8개 있어서 어르신, 노약자, 임산부, 아이들에게 배려할 수 있게 되어있다. 우리가 탄 모노레일에는 웬일인지 사람이 적어서 나도 앉아갈 수 있었다.

소담스럽게 피어난 봄꽃들.

화담숲에 와서 싱그러운 풀내음과 시원한 바람, 비 온 뒤 촉촉하면서도 살짝 비릿한 그 흙냄새

자연의 모든 것을 새삼 느낀 고마운 시간이었다.

매일 보는 풍경들이 삭막한 것들 뿐이라 그런지 초록초록한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우리 부모님보다 힐링은 내가 더 필요했었나 보다.

전체 모노레일을 다 돌고 내려보니 보이는 곤충 생태관

곤충을 평소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지만 우리 조카 생각해서 한 번 들러보기로 한다.

생각보다 다양한 곤충과 파충류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생각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관람하고 있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여유롭게 둘러보는 데에도 한 시간 반쯤이 걸렸다.

굉장히 속성으로 보고 온 것 같은데도 부모님은 이제 기력이 많이 딸리시나 보다 ㅠㅠ


집으로 가는 길에 카페에 가서 목을 좀 축이기로 결정.

아마 커피 좋아하는 딸 때문에 아무 카페 말고 좀 넓고 괜찮은 곳으로 가보자고 하시는 것 같길래 긴급히 서치 시작.

우리가 매 가족 행사 때마다 찾았던 <호생원>이라는 갈비 전문점 바로 옆에 이런 괜찮은 카페를 발견했다.

바로 출발



입구 부터 합격

이 카페 정 중앙에서 아주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널찍한 테이블과 조명

모두가 이곳에서 한 장씩 사진을 찍는다.

날씨가 좀 더 따뜻했다면 야외 테이블도 좋았을 것 같다.

커피 및 디저트 맛집답게 다양한 원두를 보유하고 있었고 케이크도 종류가 다양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테이블 정리가 조금 안된 것 같아 그 부분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음 가족 모임하고 나서는 바로 옆에 있는 이 카페에 와봐야겠다고 생각할 정도.


이렇게 부모님과의 알찬 효도 코스를 마무리했다.


우리 가족은 오후 늦게 입장해서 점심을 든든히 먹고 출발했는데 혹시 점심을 먹지 않았다면 화담숲 안에서 점심을 한 번쯤은 먹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메뉴의 단가가 좀 비싼 편이니 참고하시길.


다음 효도코스는 또 어디로 가야 할까?

까다로운 부모님의 니즈를 맞추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하나하나 차곡차곡 부모님과 추억을 쌓아나가는 이 기록도 하나의 행복이다.


나이 마흔에 이제야 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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