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원으로 들어간다는 것

by 야옹이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의 정원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몸은 정원의 입구에 서고,
말은 그 정원의 기후를 가늠하게 하고,
표정과 침묵은 그 정원의 결을 들려준다.

어떤 이는
단정하고 고요한 정원이다.
심플하고 단백해서, 오래 머물러도 마음이 쉬는 곳.

어떤 이는
화려하고 풍성한 정원이다.
꽃이 많고 이야기가 많고
색과 향기가 정신을 빼앗는다.

어떤 정원은
지저분하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오래된 기억이
바닥에 무성하게 자라 있다.
그러나 그 무질서 속에서
기묘한 생명력을 느낄 때도 있다.

어떤 정원은
너무 바쁘다.
멈춰 서 있는 틈이 없다.
쉬려고 들어갔다가
오히려 숨이 가빠지는 곳.

어떤 정원은
차갑다.
잔디에 이슬은 맺혀 있으나
햇살은 닿지 않고,
그늘만이 사람을 맞이한다.

어떤 정원은
비밀스럽다.
겉으로는 열려 있는 듯하지만
깊이 들어가려 할수록 길이 사라진다.

어떤 정원은
시끄럽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고 감정이 많아
잠시 들렀다가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어떤 정원은
무섭다.
겉은 평화로운 듯하나
어딘가에 가시가 숨어 있고
언제 닫힐지 모르는 철문이 있다.

그리고,
어떤 정원은
나를 초대하지 않지만,
나는 그 정원이 오래도록 궁금하다.

또 어떤 정원은
한 번 들어갔다가,
다시는 들어가지 않기로 한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의 정원에 초대받는 일이고,
내 정원에 그 사람을 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떤 마음을 가꾸느냐에 따라
찾아오는 사람이 달라지고,
그 사람에게 보여지는 내가 달라진다.

나는 요즘,
내 정원을 너무 화려하게 꾸미는 대신
단정하고 단백하게,
가끔 햇살이 스며들고
조용한 벤치 하나쯤은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이면 좋겠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너지지 않기 위한 오래된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