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편집

by 야옹이


우리는 종종 기억을
사실의 보관소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담긴 이야기들은
언제나 정확하고,
언제나 그 순간 그대로일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된다.

기억은 기록이라기보다는
편집에 가깝다.

어떤 장면은
지나친 빛을 입는다.
평범했던 대화가
이제 와서는 결정적인 사건처럼 보이기도 하고,
별일 아니었던 다정함이
이별의 순간에선
가장 그리운 장면이 되기도 한다.

기억은 늘 무언가를 덧칠한다.
그 덧칠은 무의식적이다.

우리가 조금 더 견디기 위해,
우리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설득하기 위해,
혹은 우리가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그래서 어떤 관계는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남는다.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누군가를 과장된 온기로 기억하고,
그 시절의 나를
지금보다 더 단단하거나, 더 부드러운 사람으로 그린다.

반대로
어떤 기억은
필요 이상으로 어두워진다.

실망을 정당화하려고,
상처를 설명하려고,
우리 안의 서운함을 보호하려고.

그때의 대화가 전부 차가웠던 것처럼,
그 사람의 표정에 늘 무관심만 깃들었던 것처럼
조금씩 편집한다.

이런 편집을 깨닫는 일은
처음엔 혼란스럽다.

우리가 믿어온 진실이
사실은 하나의 해석이었음을 인정하는 건
자존심을 건드린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든다.

기억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가 언제든
조금 다른 시선으로 과거를 다시 읽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억을 바꾸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그 기억이 절대적 사실처럼 굳어 있지 않다는 걸
알아두자는 것이다.

조금 더 느슨하게,
조금 덜 확신하며,
조금 더 온유하게
과거를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렇게 기억을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우리는 과거에 덜 갇히고,
현재에 조금 더 머물게 된다.

이제는 편집된 기억이 아니라,
지금의 감각으로 삶을 느끼는 쪽으로.

아마도 이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일부일 것이다.

자신의 기억에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그 편집마저
하나의 자연스러운 인간적 방어로 인정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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