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밖에서 어른처럼 행동하며 산다.
해야 할 말을 고르고, 감정을 조절하고, 스스로를 지탱한다.
기대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도 삼키고, 혼자 버티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어떤 사람 앞에서는 그 무게가 풀린다.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표정이 느슨해지고,
이유 없이 더 가까이 가고 싶어진다.
투정 섞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도 그때다.
이건 미성숙의 신호가 아니다.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나타나는 정상적인 퇴행이다.
방어를 풀어도 괜찮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어릴 때 중요한 사람에게 충분히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지 못한 사람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안쪽에는 비어 있는 자리가 있다.
그 빈자리는 믿을 수 있는 관계를 만나야만 드러난다.
그 순간, 유치함이란 모양으로 밖으로 나온다.
사랑받아온 사람도 마찬가지다.
성숙은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유치함은 그 자리에서 피어나는 신뢰의 표현이다.
누군가 당신 앞에서 유치해진다면,
그건 당신을 믿는다는 뜻이다.
그 고백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
오늘 하루 어른으로 버티느라 수고했다.
오늘 밤은, 마음껏 유치해져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