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의 침묵 앞에서

by 야옹이


진짜로 아픈 일은 사람을 조용하게 만든다.
그건 아무 일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 말로도 표현할 수 없어서다.

말을 꺼내는 순간, 감정은 모양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어떤 상처는 아직 그 모양이 정리되지 않았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복잡하거나,
혹은 꺼내는 것만으로도 다시 상처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묵은 방어다.
그 안에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과,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취약함이 숨어 있다.

아픈 사람의 침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묻지 않는 것이다.
대신 곁을 지키고,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주는 것.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수십 번의 질문보다 큰 위로가 된다.

침묵은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그 안에서 감정은 천천히 정리되고,
언젠가는 말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들이 말할 준비가 되었을 때
우리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때 비로소, 침묵은 고립이 아니라
회복의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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