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내가 내 발로 걸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이미 누군가가 짜 놓은 판 위에 서 있다.
정부는 규칙을 만들고, 대기업은 그 규칙 안에서 이익을 키운다.
언론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외면할지를 정한다.
군대와 경찰은 질서를 지킨다지만,
그 질서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묻지 않는다.
그 속에서 ‘나’라는 말은 작고 제한된 움직임을 반복한다.
스스로 움직인 줄 알았던 발걸음이 사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옮겨졌음을 깨닫는 순간,
씁쓸함이 밀려온다.
겉으론 자유로워 보이지만, 여전히 판 위에 있다는 사실.
판 밖의 시야는 있다.
하지만 그 시야는 한 번에 열리지 않는다.
진실을 말하는 작은 용기,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습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려는 마음속에서 서서히 열린다.
판 위에서 더 멀리 가는 기술보다,
판이 어떻게 깔려 있는지를 아는 것이 먼저다.
판을 벗어난다는 건 거창한 혁명이 아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의 구조를 인식하는 일, 그것이 시작이다.
그 인식이 쌓이면, 우리는 말로 머무는 것을 거부하게 된다.
움직임의 주인이 누군지 아는 순간,
더 이상 ‘움직여지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존재가 된다.
자유는 더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넓게 보는 것이다.
그 눈을 가진 사람만이, 판 위의 말로 살 것인지,
판을 만드는 자로 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