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상을 사랑하기 위하여

by 야옹이


우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타인에게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나를 받아줄 상대가 있어야 하고,

누군가의 인정이 있어야 비로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 시작점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늘 흔들린다.

내가 사랑받지 못하면 가치가 없는 존재처럼 느껴지고,

관계가 멀어지면 나 자신도 무너져버린다.

혹자는 사랑이란 곧 이해라고 말했는데,

사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곧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완벽하지 않은 부분을 용납하고,

실수와 실패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나를 존중하는 일.

그 이해가 없으면, 세상과 맺는 모든 관계는 불안한 줄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잊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잊음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어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또렷해지고, 밤마다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잊는다는 것은 그 기억에 붙어 있는 감정의 집착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라는 원망을 더 이상 붙잡지 않는 것이다.

잊는다는 건 망각이 아니라 선택이다.

더 이상 그 장면이 내 오늘을 지배하지 않도록,

내일을 막지 않도록, 마음을 가볍게 놓아주는 결단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세상을 다시 사랑할 수 있다.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면 세상은 적대적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타인의 인정으로 숨 쉬고,

늘 불안하게 살아야 한다.


또 잊지 못하면 세상은 원망스럽다.

과거의 상처가 지금의 눈을 가려,

새로운 기회도 상처를 반복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감정의 무게를 내려놓은 사람은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눈은 소유하거나 증명하려는 눈이 아니라,

함께 머물고 경험하려는 눈이다.

세상을 사랑한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다.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올 때 그 빛을 좋아할 수 있는 마음,

길가의 작은 꽃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마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

그것들이 모여 다시 세상을 사랑하게 한다.

세상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지만,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잊을 것을 잊은 뒤에야 그 세상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우선 자신을 사랑하라.
그리고 잊어라.
그러면 언젠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단순한 순서 안에 우리가 평생을 두고 연습해야 할 삶의 기술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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