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이후에도 삶은 여전히 의미로 충만할 수 있는가
우리는 거의 항상
무언가를 원하며 살아간다.
원하는 것이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 여겨지고,
욕망은 곧 동기, 에너지, 추진력의 다른 이름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때로,
욕망이 사라지면
삶이 멈추는 것 같고,
정체되고,
심지어 무기력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묻고 싶다.
욕망이 없어진다는 것은,
정말로 무의미한 상태인가?
욕망 없는 상태는
모든 것을 다 이룬 상태가 아니라,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는 내면의 정리에서 온다.
그건 공허함이 아니라
조용한 수용의 세계다.
욕망 없는 상태는
목표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되어야 할 무엇’으로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상태다.
그 상태에서는
매 순간이 목적이 되고,
작은 감각들이 되살아난다.
바람의 흐름,
호흡의 깊이,
차 한 잔의 온기,
나무 그림자의 흔들림.
욕망은 종종
이런 작은 감각들을 밀어낸다.
‘지금은 준비 중이니까’
‘조금만 더 참자’라는 말로
삶의 본질을 유예한다.
하지만 욕망이 잦아들면,
삶은 다시 감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감각 안에는
어떤 욕망보다 더 순도 높은 충만함이 있다.
그래서 나는
욕망 없는 상태를
무의미한 게 아니라
‘존재 본연의 리듬’으로 회복되는 상태라고 부르고 싶다.
그곳에는
더 이상 이루어야 할 무엇이 없지만,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모든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