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TAIN AND THE BLITZ》 영국과 대공습을 보고
전쟁은 숫자나 연대가 아니다.
전쟁은, 하나의 우주가 꺼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우주의 이름은 곧, 한 사람이다.
우리는 전쟁을 종종 ‘과거’라 부른다.
역사책 속의 연도, 작전 이름, 전사자 수치들.
그러나 나는 오늘,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 모든 정보가 아닌, 어떤 울림을 마주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ritain and the Blitz》.
복원된 컬러 영상과 생존자들의 회고 속에서
나는 전술이나 전략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붉은 벽돌집 위로 떨어지는 폭탄,
눈만 반짝이던 아이의 얼굴,
무너진 도시 한복판에서 말없이 울던 한 여인.
그 장면들은,
기록이 아니라 존재였다.
그들은 단순히 '시민'이 아니었다.
그들은, 우주였다.
지구의 한 호흡, 연결된 전체의 한 조각.
그리고 그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사망'이라는 단어를 말할 수 없게 된다.
하나의 우주가 사라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고통은,
그 시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들.
어떤 시대, 어떤 배경 속에서도
전쟁은 결국,
인간이 다른 인간을 ‘연결된 존재’로 보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나는 세상이 얽혀 있다고 믿는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말하는 존재와 말 없는 존재까지도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왔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는
쉽게 보아 넘길 수 없었다.
정제된 영상과 담담한 목소리들 너머로
나는 사라진 우주들의 흔적을 느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무언가를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이 감각을 나누고 싶었다.
한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
그건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하나의 우주가 꺼지는 일이라는 감각.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본다면,
그 우주는
조금 덜 흔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진리는 숫자가 아니다.
진리는 통계보다 더 작고 조용한 곳에 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존재의 고통에 잠시 멈추어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그 감수성 안에 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