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은 망각보다 강하다
상처를 '잊어버린다'는 건,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뇌의 일시적인 억압이거나, 무의식의 심연에 잠겨진 채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 되살아나는 일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아무 상관없는 풍경 앞에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냄새 하나에도
무너진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건
내가 잊은 게 아니라
덮어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진짜 극복은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라고.
예전엔 나의 하루의 90%를 차지하던 아픔이
지금은 30%,
더 시간이 지나면 10%쯤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나를 확장하는 것.
그 일이 전부다.
책을 더 읽고,
일을 더 해내고,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예전에는 감당하지 못했던 말들을 조금씩 꺼내놓고,
그 말들을 꺼내도 무너지지 않는 나를 훈련하고.
그 모든 ‘확장’은
곧 기억의 밀도를 낮추는 행위다.
사람들은 종종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아?”
“왜 계속 공부해?”라고 묻는다.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살기 위해서요.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서요."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넓어지면,
그 상처는 더 이상 내 중심에 있지 않게 된다.
가장자리로 밀려난 상처는
덜 날카롭고,
덜 날뛰고,
덜 영향력을 가진다.
우리는 결국
우리 기억 안의 면적 배분으로 살아간다.
면적을 차지하는 사건은 늘어나는데
나 자신이 확장되지 않으면
그 기억들에 짓눌린다.
그래서 확장은 생존이다.
그리고 성장이다.
억지로 지우려는 노력..
하지만 지우는 건 또 다른 억압일 수 있다.
그 대신
자신을 확장해 보자.
그 기억이 작아 보일 만큼.
그 기억을 품을 만큼 넓은 내 자신이 되도록.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승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