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에게는 자연조차도 더 잔인하다

엄마의 눈으로 읽는 세계

by 왕만보

최근 민주콩고와 소말리아에서 홍수가 발생해 그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소말리아에서는 23년에도 홍수가 났고, 24년에도, 그리고 지금 25년에도 홍수가 났다.


이쯤 되면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야 한다.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국가에서는 이렇게 매년 홍수가 나면 국가 차원에서 치수사업을 진행해 자연재해에 대비한다.


하지만 치수사업이란 토목사업으로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가난한 국가에서는 홍수를 대비할 인프라투자를 제대로 못 하고 있고, 매번 닥쳐오는 자연재해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홍수는 남일이 아니다.


한국 또한 홍수와의 전쟁을 해온 나라다.


몬순 기후 영향을 받아 장마철에 강우량이 집중되고 매년 태풍이 강타하기에 홍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특히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한강의 경우 치수사업을 진행하기 이전의 하상계수는 1:393에 달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최소유량과 최대유량의 차이가 393배나 된단 뜻이다.


이 수치는 곧 '무대응 시 재난 확정'이란 뜻이었고,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치수사업을 진행했다.


개인적인 경험담을 풀어보자면, 영등포에 거주하던 시절 당산철교 위를 자주 지나갔는데 장마철마다 한강변이 다 잠겨 나무만 보이던 풍경을 보곤 했다.


한강변에 제방이 없었다면 그 물은 전부 집을 덮쳤을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도 홍수와 관련이 깊다.


홍수 피해가 덜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 살았고, 홍수 피해가 심했던 곳들은 상대적으로 땅이 비어있었는데 대표적인 곳이 강남이다.


그 덕분에 대규모개발이 가능했고 현재 비싼 집값을 자랑하는 잠실, 목동 또한 침수피해가 심했던 곳이다.


여전히 홍수가 나면 제일 먼저 피해를 입는 강남권은 치수사업 이전에는 얼마나 심했을지를 보여준다.


목동은 저지대 수해지역으로 분류된 곳이었고, 잠실은 원래 강북이었는데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한강의 지도가 변하면서 강의 남쪽에 자리 잡게 되었다.


워낙 하상계수가 극악(?)하기에 한국의 치수사업은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던 것이다.


상습침수구역이 고급주거지역으로 변모한 점은 한국의 치수사업이 꽤나 성공적이란 것을 보여준다.


올림픽대로를 신설할 때 제방을 축조해 그 위에 도로를 놓고, 한강 상류에 댐을 건설해 유량을 조절할 수 있게 했고, 지하에 저수장을 만드는 등 홍수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여전히 한국은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 기후변화 문제로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홍수가 발생하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하면 홍수 피해가 크게 줄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무정부상태에 가까운 소말리아는 매년 피해를 겪으면서도 치수사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가난한 나라라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


그들에게도 여지없이 잔인할뿐더러 대비가 없기에 자연의 잔인함을 그대로 겪어내야만 한다.


기후변화가 불평등을 확대시킬 때, 시작은 자연이 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인간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홍수는 자연재해지만 인재다.


우리가 겪는 몬순과는 좀 다르지만 소말리아 또한 몬순의 영향권이다.


누군가는 몬순을 대비해 제방을 쌓고, 누군가는 그저 올해는 심하지 않길 기도한다.


그 차이가 어디서 온 것일까?


그 차이는 물이 만든 것이 아니고, 인간이 만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지금 소말리아는 앞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알샤바브의 자폭테러까지 더해져 혼란스러운 소말리아에 국가시스템이 작용하길 바라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일까?


몬순의 영향 아래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생각이 많아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전통을 끊어낸 결단, 티베트의 향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