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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웅 Oct 11. 2024

단상 1

노벨문학상 소식 다음 날

출근 시간 이후 지하철을 타면 청춘은 많이 볼 수 없다. 이미 노령화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또 한 가지는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어제는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생긴 날이었다. 난 기사를 보며 내 눈을 의심했다. 예전에 잠깐 교류가 있던 터라 더 기뻤다. 사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감사의 기도를 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생명이 돈보다 귀중한 것을 아는 이들이 정말로 얼마나 될까? 위대한 작가 한강이 걸어온 길은 이념의 실천 세계가 아닌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일들의 느낌들이었다. 그리고 세계는 그 순수한 사람을 향한 끝없는 사랑의 시선에 감탄했던 것이다.


나의 시선은 평생 사람과 세상을 향해있다.  지하철에서 내려 약속 장소로 가던 도중 한 청소년 무리가 공원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옛 생각이 났다. 나도 한 때는 한 축구했었다. 비록 달리기가 느린 탓에 윙은 못했지만 공격형 링커로서 어린 시절 한 역할을 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내친김에 그동안 운동을 좀 등한시하고 몇 번 음주도 한 탓에 배는 다시 나오고 심신이 약해졌다는 것을 느꼈기에 공원을 걷기로 했다. 아직 약속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었고 나는 마치 도시의 칸트 같은 생각을 하며 한참을 돌고 또 돌았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힐 즈음 나는 팔각정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호흡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한 노인네가 잠시의 정적을 깬다.


어... 여기야! 심심해! 심심하면 나와야지...

괄괄하고 고집 센 목소리가 마치 공원의 주인 같았다.


사유는 젠장...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바퀴 더 돌고 약속 장소로 갔다. 약속 장소인 아파트 실외 주차장에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장터가 열리는 날이었다. 생갈치, 홍어무침, 잡다한 술과 음식들이 준비되고 있었다.

뭔가 활기를 띠며 준비하는 것이 보기 좋게 기분 좋았다.


형님을 만나 갈비탕을 먹으며 나의 책 얘기와 위대한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형님은 국회의원을 세 번 하셨던 분인데도 항상 나의 역사 인식과 정치적 식견에 대해 존중과 동의를 보내주시는 분이셨다. 그런 이유로 나는 당신이 혈육처럼 소중하게 느끼고 있었다.


형님도 이제 칠순을 바라보고 계신다. 나의 여러 가지 소원 중에 한 가지가 형님과 유럽여행이다. 어찌 보면 조실부모한 내게 항상 큰 마음을 보내주시는 당신이야말로 내가 의지하며 살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마치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몇 걸음을 걸었는지 보았더니 거의 9 천보 이상을 걸었다. 약 십 여일만의 운동인 셈이다. 지난주 브런치 승인이 나고 집필하던 작품들을 모두 완성시켜 응모하고 느긋하게 다시 다듬는 전략이다.


점점 더 노인만 많아지는 나라의 군대는 당연히 기계화 혹은 기술적 통제를 통한 공격과 방어 시스템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명실상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를 배출한 나라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다가올 운명이 더 밝고 활기찬 나라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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