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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웅 Oct 13. 2024

여백이라니

사는 동안 얼마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근 삼십여 년 동안 

헤어졌던 인연과 통화하는 순간 

세월이 무색하게 우린 옛날처럼 대화를 했다.

그가 버스킹을 하러 

그 장소로 가는 시간 동안 

우린 잠깐 스케치하듯 서로의 삼십 년을 얘기 나눴다.


그의 시간은 위대한 개츠비였다. 

다른 점 하나는 사기꾼만 아니라는 사실이었고 

그는 온갖 일을 하며 홀홀 단신 세상을 일구며 가족을 봉양해 왔던 것이다.


나는 그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참 부끄러웠다. 

나는 그 친구의 십 분의 일도 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생각에.

그는 억척스럽게 삶을 일구다가 

최근 새로운 사업에 투자한 후 

회수 시기가 좀 늘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의 기타를 실은 자동차는 요즘 매일 대청댐 정자에서 멈춘다. 

그는 그곳에서 매일 버스킹을 하고 있다.

내가 그 친구의 근황이 궁금해졌을 무렵 그 친구는 노래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비가 내려도 우산을 펴고 

가을을 맞이하고는 가을 노래로 구독자가 

거의 오천명을 육박해 가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필리핀 등지의 외국인들도 그의 음악을 응원해 준다.


그는 말했다. 이제 자긴 고생할 만큼 했고 누릴 만큼 누려봤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고


나는 지금까지 살던 것들이 

마지막 순간의 휘날레를 장식해 주길 기다리는 시간인데 

그 친구는 이제 축제 다 끝나고 나머지 인생을 즐긴다고 말한다.


그 얘기를 모티브로 

"술 한 잔 사주고 싶다"는 노래를 만들어 보내주곤 

일요일을 맞이했는데 

카톡으로

자기는 그래서 개명까지 했단다.


여백으로

헛! 참! 餘白이라니...


그의 남은 시간에 

행복한 시간만 가득하길 기도해 본다.


술 한 잔 사주고 싶다.


네가 걸어온 그 길,

눈물과 땀으로 적신,

가족을 위해 달려온 그 밤들,

위로해, 그 모든 걸.


말없이 견뎌냈던

끝없는 날들 이어갔던 너,

난 그 모습에 고개를 숙여


술 한 잔 주고 싶다, 친구야,

너의 인생에 건배하고 싶다.

이제 이 대자연 속에서,

기타와 함께 부르는 노래,

너의 모든 걸 위해,

이 잔을 높이 들자

별빛 아래, 불빛 아래,

너의 꿈을 접어 놓고서.

모든 것을 다 바쳤던 너의

진심에 박수를 보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갔지

때론 울고 싶은 날에도

사랑으로 힘을 내며 갔던

웃음 잃지 않고 걷던 너


술 한 잔 주고 싶다, 친구야,

너의 인생에 건배하고 싶다.

이제 이 대자연 속에서,

기타와 함께 부르는 노래,

너의 모든 걸 위해,

이 잔을 높이 들자.


별빛 아래 불빛 아래 너의

모든 꿈을 접어 놓고서

모든 것을 다 바쳤던 너의

그 진심에 박수를 보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갔지

때론 울고 싶은 날에도

사랑으로 힘을 내며 걷던

웃음 잃지 않고 갔던 너


술 한잔 사주고 싶다 친구야

너의 인생에 건배하고 싶어

이제 이 대자연 속에서

기타와 함께 부르는 노래

너의 모든  걸 위해

이 잔을 높이 들어


모진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살았어

마음으로 이어졌었지

오랜만에 듣는 너의 노래

이 마음 다해서

술 한 잔 사주고 싶다

친구야


술 한 잔 주고 싶다,

이 순간, 이 밤에,

우리의 우정과 너의 삶에.

기타 소리 따라 부르는 노래,

너의 인생에 축배를 들며,

술 한 잔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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